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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그린 웹툰 ‘스틸 레인’ 책으로 나와

입력 | 2012-01-12 03:00:00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한다고?”




김정일 사후 남북 관계를 진지하게 모색한 웹툰 ‘스틸 레인’의 작가 양우석(왼쪽), 김태건 씨와 책표지. 자음과모음 제공

“1000년 전 신라는 발해가 중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남한도 북한을 감당할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북방 영토를 중국에 넘겨주고 통일신라보다 작은 섬나라 ‘남한’이 될 수도 있다. 역사 속 한국을 지킬 것인가, 현실 속 국민을 지킬 것인가?”

미국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은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시도하면서 한국 대통령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기 전에 그의 사후 남북관계를 다뤄 화제가 된 웹툰 ‘스틸 레인(Steel Rain)’의 한 장면이다.

지난해 5월부터 이달 5일까지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된 이 웹툰은 김 위원장의 사망과 동시에 북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한국과 미국이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나흘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 위원장 사후 발생하는 북한 내부의 균열과 남북 긴장, 주변 열강의 대립,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 공격 시도 등을 실감나게 그려 평균 조회수 200만 건을 기록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조회수가 1000만 건에 이르렀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 동명의 책(네오카툰)으로도 출간됐다.

‘스틸 레인’은 영화 기획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양우석 씨(42)가 쓴 대본을 웹툰 작가 김태건 씨(37)가 만화로 그린 것. 책 출간을 계기로 11일 만난 양 작가는 1994년 북핵 위기가 처음으로 불거진 후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철저히 소외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단순히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넘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김 작가는 2년 전 원작을 건네받고는 이 무거운 소재가 웹툰의 주 독자인 젊은층에게 먹힐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댓글을 보니 이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충분하죠.”

‘스틸 레인’은 넓은 지역을 폭격해 순식간에 초토화하는 데 쓰이는 다연장로켓포를 뜻한다. 말 그대로 ‘강철 비’다. 양 작가는 “‘강철 비’를 맞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통일 비용이 많이 들까, 아니면 ‘강철 비’로 인한 피해가 더 클까.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