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된 심정입니다.”
케이블채널 SBS플러스 ‘컴백쇼 톱10’이 기대이하의 방송과 일방적인 조기종영 결정으로 자신들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대책마련과 공식사과를 요구한 출연가수들은 ‘토사구팽’이란 고사성어로 착잡한 심경을 설명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출연자 13인은 “우리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각자 사비를 들여 음원을 제작하고 무대를 꾸몄다. 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고 가수들끼리 자주 모여 서로 아이디어를 내는 등 최선을 다했다. 제작사나 방송사 측에서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됐으면, 우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상의를 했더라면 가수들끼리 더 단결해서 난관을 헤쳐 나가려 했을 텐데, 너무 경제논리에만 입각해 예고 없이 결방하고 갑작스런 조기종영을 통보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울러 출연자 13인은 29일 오전 자신들의 문제제기 직후 SBS플러스 허윤무 국장이 일부 매체에 ‘컴백쇼 톱10’의 조기종영의 배경을 설명하며 “출연가수들이 진정성이 없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없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요리로 치면 우리 출연자들은 모두 좋은 재료라고 생각한다. 또 각자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런 재료들을 잘 요리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출연자 13인은 자신들의 문제제기가 방송을 중도에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라, 양측이 화합해서 프로그램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남은 녹화까지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인데, 제작진이나 방송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출연자 13인은 제작진에게 △가수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출연자 개인들이 부담한 음원제작 비용과 약속된 출연료를 지급하며 △경연 순위에서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부분을 명확히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경연 순위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한 부분은 누리꾼 투표다. 이들은 “녹화현장의 방청객이 스티커로 공개 투표한 것은 별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제작진은 순위 결정에 누리꾼 투표도 반영했다고 했는데, 어디를 봐도 온라인 투표가 진행된 흔적이 없다”면서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공정한 방법으로 순위가 결정됐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컴백쇼 톱10’ 출연계약서 조항들이 출연자들에게 불리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모호한 문구가 있다며, 차후 후배들이 유사한 사태를 겪지 않도록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야기했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