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인터넷-SNS 선거운동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한정위헌” 결정
○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
이강국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이정미 재판관은 모두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이 후보자 간 부당한 경쟁을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들은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라며 “오히려 △기회균등 △투명성 △저비용이라는 공직선거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에서 의사표현은 자발적 적극적으로 선택한 경우에만 수용할 수 있어 선거의 평온을 해칠 가능성이 적다”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금지조항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DB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운동 방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 반대하는 글을 올리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 것과 달리 인터넷, 트위터 등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 한층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게시하는 행위, 예비후보자가 보낸 선거운동 정보를 리트윗하는 행위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인터넷상에서 선거일 이전에 투표를 독려하거나 후보자를 비교 분석하는 글, 특정 후보자의 선호도에 대한 언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재는 “인터넷으로 허위사실을 알리고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는 다른 공직선거법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251조는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무제한 허용되면 선거 열기가 과열되고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사전선거운동으로도 처벌 못하나?
헌재의 이번 결정은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국한된 것이지만 같은 법 254조 2항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54조 2항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각종 인쇄물, 방송·신문·뉴스통신·잡지 등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만큼 ‘그 밖의 방법’에도 인터넷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법 해석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진 공직선거법 93조 1항 ::
:: 한정위헌 ::
법률이나 법률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특정한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위헌을 선언하는 것. 선고 즉시 효력이 상실되는 일반적 위헌 결정과 달리 법조문은 그대로 둔 채 특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법률 해석과 적용 범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