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석 사회부 기자
이들은 올해 순직한 소방관이다. 3일 경기 평택시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현장에서 두 명이 순직해 올해만 벌써 여섯 명째다. 지난 5년 동안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은 33명, 부상자는 1609명에 이른다.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조해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평택에서처럼 구조할 사람도 없었는데 ‘만에 하나’를 염려해 제 몸을 아끼지 않다 변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받는 위험수당은 한 달 5만 원이다. 소방대원 1명이 담당하는 시민 수는 1400여 명으로 일본의 2배, 미국보다는 7배나 많다. 현재 소방관 3만740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경찰처럼 3교대 체제라도 갖추려면 적어도 2만5000명은 더 있어야 한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의 처우는 열악하지만 매년 이들은 30만 건의 구조 활동을 위해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비행기 안에서 위급 상황이 발생해 다른 이들을 구조하려면 먼저 본인이 산소마스크를 쓴 뒤에 구조 활동을 벌이는 게 상식이다. 한국 사회는 이 상식을 소방관에게도 적용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 사람이 있는지 혹은 이미 숨졌을지도 알 수 없지만 단 1%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 한국의 소방관이다. 합리적인 구조 계획을 세워 무모한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이런 합리성과 충분한 보수, 인력 공급이라는 ‘마스크’를 이제는 소방관에게 씌워주어야 한다. 그동안 ‘마스크’도 없이 소방관을 불길로 내몬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표현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강경석 사회부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