崇은 제나라의 영토 안에 있는 땅 이름이다. 退는 조정에서 왕을 만나보고 물러나오는 것을 말한다. 去志(거지·떠날 뜻)는 제나라를 떠날 뜻을 가리킨다. 不欲變은 初志(초지)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자(주희)는 녹을 받으면 그것에 속박돼 머물지 않으면 안 되고 그렇게 되면 初志를 바꾸게 되기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녹을 받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았다.
선조 2년 10월의 經席(경석·경연의 자리)에서 李珥(이이)는 ‘맹자’를 강하다가 ‘梁惠王(양혜왕)·하’ 제6장의 ‘四境之內不治(사경지내불치)어든 則如之何(즉여지하)잇고 王(왕)이 顧左右而言他(고좌우이언타)하시다’ 대목에 이르러 ‘지금 民生이 憔悴(초췌)하고 紀綱(기강)이 紊亂(문란)하며 사방 국경의 안이 다스려지지 않음이 심합니다. 가령 맹자가 상감께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묻는다면 상감께서는 장차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선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이는 선조가 정치를 올바로 하려는 뜻이 없는 것을 알고는 마침내 떠날 뜻을 지녔다. 그리고 마침 외조모의 병이 중하다는 말을 듣고 歸省(귀성)을 위해 해직을 청했는데, 선조가 휴가를 주어 돌아가게 했다. 이 기록은 ‘經筵日記(경연일기)’에 나온다. 여기서 이이가 ‘떠날 뜻을 지녔다’고 한 표현은 바로 맹자가 숭 땅에서 제나라 왕을 만나보고 물러나와 ‘떠날 뜻을 지녔다’고 한 말을 끌어다 쓴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