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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회 “고유업종제 폐지후 中企매출 감소” vs 전경련 “경영실적 되레 향상”

입력 | 2011-11-15 03:00:00

중기회-전경련 ‘아전인수’ 해석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를 놓고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치열한 논리대결을 벌여 눈길을 끈다. 이미 5년 전 사라진 제도를 놓고 양측이 이처럼 논란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중기중앙회는 9일 한국중소기업학회에 의뢰해 ‘동반성장 관련 주요 쟁점 및 과제’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고유업종제 폐지 이후 중소기업 사업체 수와 고용, 매출액이 모두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요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고유업종에서 제외된 14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두부 중소 제조업체는 2006년 74개에서 2008년 59개로 줄었고 매출액도 2319억 원에서 2205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양말은 중소기업 고용인원이 1351명에서 90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중소기업 생존을 위해 적합품목제와 같은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만인 13일 전경련은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업종 품목을 만드는 382개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영업이익이 162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2589억 원으로 1.6배 늘었다. 특히 고유업종제 폐지 이전인 2002∼2006년 이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4.6%였으나 2006∼2010년은 59.2%로 높아졌다. 고유업종제가 사라진 뒤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경영실적이 향상된 것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정부 보호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영혁신에 적극 나선 결과”라며 “적합품목제 역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처럼 상반된 연구결과에 대해 “조사대상인 고유업종 품목을 상대방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업계에선 대·중소기업계가 현재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적합품목제의 모체가 바로 고유업종제라는 점에서 답을 찾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일각에서 적합품목제 법제화를 통해 고유업종제를 부활시키려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고유업종제 성과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선 1979년부터 27년 동안이나 존속된 고유업종제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 보고서가 없는 현실도 산업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소기업계 논란을 잠재울 만한 권위 있는 연구 성과가 없다 보니 이들이 아전인수 식으로 중소기업 보호제도를 해석해도 딱 부러지게 반박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고유업종 대상 중소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교수 몇 명이 일일이 수집하기는 벅찰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조사결과를 내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