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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저축銀 보호한도 늘리는 특별법-금융위 계정안 연계 꼼수

입력 | 2011-11-01 03:00:00

“인기영합 경제경책” 비판




정치권이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높이는 특별법을 재추진하면서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의 특별계정 연장안과 사실상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0·26 재·보궐선거 이후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음을 확인한 여야가 국면 전환을 위한 ‘퍼주기’식 정책을 강행하면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한 저축은행 피해자보상방안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확보를 위한 특별계정 운영기한을 연장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현재 2026년까지로 돼 있는 특별계정 기한을 5년 연장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을 5조 원 정도 더 확보할 예정이었다.

저축은행 피해자보상을 위한 특별법안은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전북 전일 삼화 부산 대전 제일 토마토 등 19개 저축은행 예금자에 한해 원리금 6000만 원까지 보장하고 이 보장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비과세예금을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특별법이 논란이 되는 것은 갑자기 특별법을 추진하는 이유와 19개 저축은행 피해자에게만 예외를 허용하는 이유 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8월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특별법 추진을 보류했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재·보선 이후 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민심을 다잡기 위해 퍼주기식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허태열 정무위원장 측은 “저축은행 부실이 감독 부실 등 정부 쪽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감독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정부 책임을 인정한 셈이어서 특별법 추진의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 여야의 판단 근거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 측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비과세예금을 허용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감독을 못한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각종 비과세예금을 축소하는 마당에 저축은행에 비과세예금을 새로 허용하는 것은 정책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비과세예금 허용으로 수신이 급증하면 긴축경영을 해야 할 저축은행이 다시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구제범위를 2008년 9월 이후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준이 애매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일시적 효과만을 염두에 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포퓰리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문제가 다시 터지지 않도록 금융구조를 개편하고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정책들이 필요한데도, 정치권은 ‘보여주기’용 정책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