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공감 포착… 직분에 충실하며 꿈 키우세요”
시 쓰기를 좋아하는 서울 청원여고 2학년 조희영 양(오른쪽)과 김이나 작사가의 만남. 김 씨는 “꿈은 구체적으로 꾸되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했다.
○좋은 노랫말? 곡의 정서와 딱 맞아야
김 씨는 수많은 히트곡의 노랫말을 썼다. 요즘 각종 음원차트를 휩쓰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센스’뿐 아니라 2009년 큰 인기를 얻은 ‘아브라카다브라’, 가수 아이유의 ‘좋은 날’ ‘잔소리’,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Hello’ 가사도 모두 김 씨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활발한 활동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김 씨는 지난해 열린 ‘제2회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송라이터 상’을 수상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노랫말을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조 양의 질문에 김 씨는 “음악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답했다. 자신이 느꼈던 감정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라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포착해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널 닮은 인형에다 주문을 또 걸어 내가’ ‘쿨한 척하는 내가/놀라워라 이런 내가/아닌 척 널 만나러 가’ 같은 가사가 대표적인 예. 신경질이 나다 못해 못된 짓까지 저지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브라카다브라’란 곡만 들어도 뭔가 신경질적인 감성이 있었어요. 가수 케이윌의 ‘가슴이 뛴다’는 굉장히 가슴이 벅찼고요. 이 곡은 슬프다, 따스하다, 60% 정도 슬픈데 40%는 따스하다…. 곡마다 다른 정서를 파악해야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죠.”(김 씨)
○‘10월에 눈이 내리면’, 인생을 바꾼 노래!
“어떤 과정을 거쳐 작사가로서 성공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셨나요?” 조 양이 물었다.
김 씨의 삶을 꽃에 비유하자면 씨앗을 품고 살다 때를 만나 만개한 경우다. 그가 처음부터 작사가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졸업 후엔 수입차 부속업체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나 가수 윤상을 동경하며 작곡가의 꿈을 키웠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옮겼다. 휴대전화 벨소리 관련 업무를 보던 그에게 결국 기회가 왔다. 우연한 기회에 작곡가 김형석 씨를 만나 자신의 소망을 밝힌 것.
“제가 글에 담은 감정들이 있어요. 텅 빈, 너무 쓸쓸한, 간절히 바라는…. 그게 노래를 통해서 그대로 살아나는 게 정말 신기했죠. 두 번째 작품인 하울앤제이의 ‘퍼햅스 러브’가 인기를 모은 뒤엔 노랫말을 의뢰하는 작곡가도 점점 많아졌어요.”
김 씨는 “학교를 자퇴하고 음악을 택한 가수 서태지처럼 아주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그때그때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도 그랬다. 학생 땐 공부를 했고, 졸업 후엔 직장인의 삶을 살았다. 스스로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야 음악에 뛰어들었다. 이전의 모든 경험은 작사를 하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어떤 꿈을 가졌든 지금 당장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디서 무얼 하든 간절한 꿈을 계속 품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 꿈이 내게로 온답니다.”(김 씨)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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