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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원한 산사나이 박영석

입력 | 2011-10-31 03:00:00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등반 도중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장(48)과 신동민(37) 강기석 대원(33)의 생사(生死)는 산만이 알고 있겠지만 가족 친지들은 일단 작별을 고했다. 선후배 산악인들은 어제 12일 동안의 수색 작업을 끝내고 위령제를 지낸 뒤 모두 하산했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 및 7대륙 최고봉 완등(完登), 세계 3극점(최고봉 에베레스트, 남극점, 북극점) 등정에 성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산악·탐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서양인들이 주도해온 산악·탐험사에 한 획을 그은 동양인이었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던 시기가 1986년이다. 박 대장이 2001년 최단기간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을 때 애써 외면한 세계 산악·탐험계도 2005년 북극점을 끝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자 찬사를 보냈다.

그의 도전은 그랜드슬램 달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히말라야 14좌에 새 루트를 뚫어 인류 최초의 발걸음을 남기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로 향했다.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새 루트로 오르는 데 성공해 첫 코리안 루트를 개척했다. 지난해 실패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안나푸르나 남벽 등정도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늘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행동에 옮겼던 사람이다. ‘잔혹한’ 안나푸르나 남벽은 이번에 이 1%를 허락하지 않았다. 험난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나약하다.

지금까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한국인이 5명이나 되고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한국인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지만 박 대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산악인이다. 경쟁자들이 하나 둘 고산(高山) 등반을 접은 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고 동료 대원들이 사고를 당했어도 박 대장은 “산악인은 산에 못 가면 사는 맛이 없다”며 현역으로 남아 있기를 끝까지 고집했다.

그는 후배를 키우는 일에도 열성적이었다. 그의 원정대에는 항상 젊은 산악인들이 동행했다. 함께 실종된 신동민 대원은 강인한 힘에 노련미를 갖춰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고, 강기석 대원 역시 기술이 뛰어난 실력파여서 더 안타깝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온갖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인내, 도전, 개척 정신은 참으로 값지다. 박 대장은 도전 정신을 몸소 실천한 우리의 영웅이자, 영원한 산사나이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