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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안진환씨 “인물 잡스에 대한 전체 그림 보여주는 책”

입력 | 2011-10-24 15:44:00

"사망 소식 듣고 착잡..번역 쉬기도"




24일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출간된 스티브 잡스전기의 국내 1호 독자는 누굴까. 번역 작업조차 철통보안 속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이 작품의 번역을 맡은 전문 번역가 안진환(48) 씨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유례없는 철통 보안 속에 3개월간의 번역을 마치고 이날 잡스의 전기를 한국 독자에게 소개한 안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주변 사람의 증언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던 잡스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국내에만 50여 종에 이르는 잡스 관련 책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사건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잡스가 어떻게 얘기할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서로 다른 주변 사람들의 얘기만 갖고는 모르는 부문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잡스의 설명 내지는 변명이 담겨 있어 잡스라는 인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괴팍하다' 정도로만 알려졌던 잡스의 성격에 대한 '잡스식'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그 한가지 예다.

"기존의 잡스 책들은 괴팍한 행동이나 지나치게 매정한 태도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 책을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가령 직원을 과감하게 해고하는 데 대한 잡스의 해명을 보면 '영속적인 회사를 남기는 것'이라는 잡스의 목적과 부합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잡스는 늘 자신이 단명하리라고 생각했고 짧은 시간에 목적을 이루려면 평균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나친 듯싶은 행동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넛지' '괴짜경제학' 등을 옮기기도 한 경제경영서적 전문 번역가인 안씨는 출판사인 민음사로부터 잡스 전기 계약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부터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며 번역에 의욕과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전에도 '못 말리는 CEO 스티브 잡스'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등 두 권의 잡스 관련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잡스 책들을 번역하면서 잡스를 사실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을 번역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사실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저 세상으로 갈 지는 몰라서 사망 소식을 들은 날은 착잡해서 일을 손에 놓았을 정도였죠. 물론 그날 저녁 출간 일정이 당겨졌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번역에 착수해야 했지만요." 그는 이번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배우고 싶은 부분으로 완벽에 대한 잡스의 집착을 꼽았다.

"잡스는 다 만들어놓고도 아니다 싶으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합니다.

비용이나 출시 약속보다는 제품의 완전성을 중시했죠. 이런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여러 곳에서 보이는 데 이게 보통 사람과 잡스의 차이이고, 가장 배워야하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와 함께 포크 가수 존 바에즈와의 연애담을 비롯한 잡스의 사생활을 담은 부분과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는 부분도 흥미롭다고 안 씨는 소개했다.

이번 전기는 전 세계 동시 출간인 탓에 철저한 보안 속에 번역이 진행됐다.

"보통 책이 나오기 전에는 파일로 원고를 받는데 이번 책은 A4에 인쇄된 내용이 서너 차례에 걸쳐 도착했습니다. 중요한 챕터는 나중에 왔고, 세 번째 원고가 왔을 때는 원고의 상당 부분이 고쳐져 있기도 했죠. 7월 하순에 시작해 정확히 지난 9일 오후 9시30분에 마무리했는데 감개무량하더군요." 잡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예약판매로 베스트셀러순위에 올랐다. 초판을 무려 10만 부나 찍었는데, 출판사는 벌써 재판 작업에 들어갔다.

독자들의 이러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안씨는 "잡스는 그럴 자격이 있다"는 한마디로 긴 설명을 갈음했다.

"잡스의 치열한 삶을 보면 누구도 이 사람을 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1년인들 이렇게 치열하게 살 수 있느냐'는 거죠. 이거다 싶으면 다 쏟아 붓는 극단적인 열정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