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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수료 조사 한번도 안했다

입력 | 2011-10-18 03:00:00

음식점 운영자들은 카드수수료 대책 촉구하는데…
■ 가맹점들 반발 확산




“카드사가 마음대로 정한 수수료율 어떻게 믿나.”

신용카드 회사들이 17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6∼1.8%로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수수료율을 더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전부 내릴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10·26 서울 양천구청장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소상공인 대표들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고 사무실에 찾아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을 제정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대형마트나 호텔의 카드 수수료와 소상공인의 수수료가 달라 지난해 설부터 정책당국과 얘기했으나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골프장,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음식점 등 업종별로 편차가 큰 신용카드 수수료가 일괄적으로 1.5%로 낮아지게 된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 기준 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협상력이 부족한 가맹점에 전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금융당국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업종·규모별 카드 수수료 원가명세 등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가맹점 수수료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수수료 실태조사에 가맹점 수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카드업계가 자율적으로 인하해 왔기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사들이 알아서 조정하라’고 압박했을 뿐 적절한 가맹점 수수료 수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 확대에만 치중했을 뿐 가맹점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단체협상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6월부터 가맹점들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했지만 연매출 9600만 원 이하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신설 단체만 카드사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이미 1.6∼2.1%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협상의지가 적은 데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 단 한 곳의 협상단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업종별 중앙회나 상인연합회는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

수수료율을 공시하고 있지만 카드사 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도 가맹점에 불리한 대목이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카드사의 수수료율이 높아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신한카드가 이날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하자 다른 카드사들도 잇따라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범위를 기존 연매출 1억2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2% 초반대에서 대형마트 수준인 1.6∼1.8%대로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체 229만 개 가맹점 중 87%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KB국민, 비씨, 하나SK, 현대, 롯데카드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리고 적용 범위를 연매출 2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백화점,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음식·숙박업종은 신용카드 매출금액의 1.3∼2.6%까지 세액공제 받는다”며 “실제 가맹점들의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