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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리포트]한지붕 네가족? VVIP 유치놓고 4파전!

입력 | 2011-10-18 03:00:00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4개 증권사




증권사들의 ‘강남 PB대전’을 이끄는 최전방 사령관들은 “안정성을 우선으로 변동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앞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 김종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매일 출근길에 세 곳의 ‘적진’을 거치며 각오를 다진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에 들어서면 1층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그를 맞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 우리투자증권, 15층 한국투자증권을 지나야 25층 삼성증권 사무실에 도착한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총본산인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에선 대형 증권사들의 ‘살벌한’ 동거가 진행 중이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VVIP) 유치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 ‘한지붕 네 가족’의 치열한 동거

출발은 삼성증권이 가장 빨랐다. 2001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기존 지점을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SNI점포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기존 강남지역의 PB센터 5곳을 통합해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를 열었다. 올해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의 V프리빌리지 강남센터가 합류했고 8월에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가 영업을 시작했다.

14일 함께 모인 4명의 사령관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동반자라고 입을 모았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많이 모여 있을수록 장사가 잘된다”며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는 최고의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 서로에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심리를 감출 수는 없었다. 저마다 최고의 인력과 경험, 서비스를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지점 재개장 4개월 만에 450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20여 명의 베테랑 PB가 1조7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박 지점장은 “본사의 리서치 역량을 포함해 전문가의 역량이 VVIP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미술품 등 예술 관련 컨설팅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한다. 센터를 아트갤러리 콘셉트로 꾸며 고객상담실에서도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종설 센터장은 “호텔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컨시어지를 접목해 문화, 예술, 스포츠, 레저, 미용 및 건강 등을 아우르는 차별화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신탁사로 출발한 회사답게 오랜 전통의 종합자산관리 능력을 강조한다. 여기에 리서치 및 종목 발굴과 관련한 옛 동원증권의 저력, 가치 투자의 본가로 인식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자산운용 능력이 결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막내인 미래에셋증권은 PB센터로는 드물게 1층에 자리 잡았다. 사무실 옆 테라스에 정원을 확보해 파티 또는 야외 세미나가 가능하다. 본사에서 세무, 법률,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어드바이저리 서비스(advisory service)’팀이 가동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이들 전문가와 고객 한 명을 연결해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 “안정성 위주로 운영하며 기회 엿봐라”

8월 이후 급등락 장세가 거듭되면서 강남 부자들도 고민이 많다고 센터장들은 전했다. 하지만 VVIP들은 걱정만 하기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언제 투자에 나설지 기회를 엿보는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

당분간은 변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안정형 위주로 접근하면서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갖춰야 한다고 센터장들은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적립형 펀드는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며 “목돈이 있으면 분할해서 적립형으로 넣고 남은 돈은 묶어둘 수 있는 기간에 따라 연 5% 전후 확정금리 상품, 채권 등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박 지점장은 “적립식으로 하더라도 매달 얼마씩 등 기간 분할에만 치중하지 말고 시장상황에 따라 어떤 밴드 내에서 매수하는 등 가격분할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