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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뜨거운 물에 지친 몸 데우고 와인 한잔에 타는 목 적시다

입력 | 2011-10-14 03:00:00


《독일에는 온천이 많다. 지명에 ‘바덴(Baden·목욕)’이 붙은 곳은 몽땅 그렇다. 헤센 주의 비스바덴도 같다. 바덴바덴과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온천휴양지로 위치는 프랑크푸르트 부근. 국제공항에서 아우토반(고속도로)으로 25분 거리다. 이곳은 전원 풍치의 포도밭(리슬링 품종 화이트와인)으로도 이름난 관광지. 라인가우 지역의 관문이다. 포도밭은 마인츠 주와 경계를 이루며 서진하는 라인 강. 햇볕 잘 드는 북쪽 강안(헤센 주)의 구릉을 수 km나 뒤덮고 있다. ‘온천과 와인’의 웰니스 투어(Wellness tour) 메카로 떠오른 비스바덴으로 여행을 떠난다.》



유럽 도시의 대부분은 중심가가 역 주변이다. 그런데 비스바덴은 달랐다. 차로 5분이나 달려야 했다. 중심은 빌헬름 거리의 쿠어하우스(Kurhaus). ‘치료(Kur)’와 ‘집(haus)’의 합성어니 ‘치료소’일 텐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스식 열주(列柱)로 장식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화려한 외양부터 그렇다. ‘카지노(Casino)’라는 간판까지 보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거기엔 어떤 치료소도, 온천시설도 없다.

‘라인 리슬링’이라는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라인가우 지역을 괴테슈타인 마을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로 라인 강, 가까이 포도밭 구릉 아래로 프라우엔슈타인 마을이 보인다.

카지노 쉼터로 변한 온천치료소

해질녘 쿠어하우스 앞. 주변은 온통 숲이고 정면은 화려한 분수대가 놓인 ‘볼링가든’이란 잔디광장이다. 그리고 쿠어하우스에서 90도 방향으로 시립극장이 있다. 해가 지자 쿠어하우스 외벽 뜰에 야외 레스토랑이 차려졌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테이블마다 와인잔이 오갔다. 이번엔 쿠어하우스 실내. 외관보다 화려했다. 10m가 넘는 높이에 장식이 화려한 천장, 대리석 바닥과 벽. 둔중한 돌 무게 덕에 위엄까지 서렸다. 카지노는 왼쪽 ‘와인홀’에 있다.

홀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옆에 입장권 판매소, 맞은편에 직원 부스가 있었다. 입장료는 2.5유로. 들어가려니 여권부터 보잔다. 여권을 내주자 스캐너에 넣는다. 그런 다음 카메라를 보라 한다. 얼굴 촬영이었다. 입국 때 공항에서 거치는 절차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카지노 입장심사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선 카지노. 실내는 어둑하고 조용했다. 슬롯머신은 별도 건물에 있어 이곳엔 룰렛, 블랙잭 등 게임 테이블만 보였다. 붐비지도 않았다. 사람들 복장을 보니 비즈니스 캐주얼(양복에 노타이)이다. 청바지, 깃 없는 셔츠 차림은 입장 불가다.

쿠어하우스는 17세기에 ‘치료소’로 시작됐다. 치료의 핵심은 ‘온천을 활용한 수(水)치료’. 그 역사는 비스바덴에서도 2000년이나 거슬러 올라 로마시대까지 간다. 당시 로마는 5km 남쪽 라인 강 건너(라인란트팔츠 주)까지만 진출했다. 그런데 비스바덴에서 온천(총 28곳)을 확인하고는 강을 건넜다. 전상자 수치료를 위한 조치였다. 쿠어하우스 정면의 열주 위에는 ‘AQUIS MATTIACIS’라고 쓰여 있다. 당시 이곳에 살던 ‘마티아치 부족의 물’이란 뜻이다.

쿠어하우스는 온천휴양지에서 놀이의 중심이다. 카지노가 들어선 것도 그런 연유다. 이곳 카지노가 개장한 건 1810년. 나폴레옹 군이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이겨(1805년) 신성로마제국이 붕괴하고 그 여파로 독일이 현재처럼 16개국 연방체제로 재편된 직후다. 1815년 연방에 참여한 이곳 영주 나사우가(家)는 온천을 통해 국부를 키우고자 쿠어하우스에 카지노를 설치했다. 수도도 비스바덴으로 옮겨왔다. 효과는 놀라웠다. 전 유럽의 귀족과 예술가가 비스바덴으로 몰렸다. 바그너, 브람스, 괴테 등 독일의 저명인사도 물론이다. 괴테는 65세 생일축하연을 여기서 치렀다.

비스바덴은 당시 유럽의 라스베이거스였다. 거기엔 특히 동토에서 벗어나 살려는 러시아의 부호와 귀족, 예술가와 사업가가 많았다. 칸딘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인 야블렌스키도 예서 살다 이곳에 묻혔다. 바덴바덴 카지노의 단골손님 도스토옙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도 비스바덴의 유명인사였다. 당시 비스바덴은 독일 어느 곳보다도 백만장자가 많았다. 20세기 들어서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여름별장을 짓기도 했다. 쿠어하우스 정면의 그리스식 열주는 그때 추가됐다.

괴테와 브람스가 거닐던 골목길

쿠어하우스에는 온천시설이 없다. 카지노와 연회장뿐이다. 온천은 비스바덴 시내와 외곽에 산재한다. 온천공은 한때 27개였지만 지금은 15개만 활용한다. 비스바덴에서 19세기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숙소를 찾았다. 쿠어하우스와 길 하나 사이로 마주한 나자워 호프 호텔이다. 비스바덴에서 최고급으로 이명박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묵은 명소다. 나는 여기서 19세기식으로 사흘 밤을 보냈다. 아침이면 일어나 옥상의 실내 온천 풀에 몸을 담근다. 그러고 하얀 가운 차림으로 야외테라스에 나가 비스바덴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비스바덴의 청징한 공기는 유럽에서도 유명하다. 비스바덴에서 흐름을 북에서 서로 바꾼 라인 강 덕분이다.


해질녘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비스바덴 쿠어하우스의 건물 정면(위). 왼편은 카지노, 오른 편은 연회장이다. 아래 사진은 지체 및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비스바덴 구시가 축소모형. 구시가 거리 한가운데 있다. 비스바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호텔은 구시가 중심. 골목에 들어서면 괴테, 도스토옙스키, 브람스, 바그너가 걸었던 길을 만난다. 크고 작은 상점들, 식당과 빵집을 지나다 보면 교회와 분수가 있는 광장이 나온다. 비스바덴 어디서고 보이는 98m 높이 서탑의 네오고딕양식 교회(루터란 마켓 처치·1862년 건립)도 여기 있다. 그날 교회에서 32년째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는 한스 우베 힐셔 씨를 만났다. 그는 몇 차례 방한해 연주회를 열기도 한 인물. 그날 6200개 파이프로 이뤄진 교회오르간을 직접 연주해 바흐의 칸타타 등을 들려주었다. 이런 호사는 누구든 누린다. 토요일마다(오전 11시 반) 여는 무료 연주회다. 그 시간 교회 옆에서는 장터가 펼쳐진다. 261년간 이어지는 전통이다.

구시가에서 ‘말다너’라는 빵집에 들렀다. 독일만큼 다양한 빵을 만드는 민족은 없다. 그래서 독일인에게 빵은 맥주만큼 귀중하다. 말다너를 찾은 건 비스바덴의 명물 ‘파인애플 케이크’를 맛보기 위해서다. 19세기에 파인애플을, 그것도 북위 50도의 도시에서 맛본다는 건 언감생심. 그게 이곳 명물이 된 것만으로도 당시 이곳의 사치스러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된다. 거리에서 온천 ‘코흐브룬넨’을 만났다. 정자 형태의 건물에 있는 음수대에서는 섭씨 67도의 온천수가 흘러나왔다. 길 가던 이들이 컵을 꺼내 마시는 모습에서 이곳이 온천타운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비스바덴에는 독일식 온천욕장이 예닐곱 개 있다. 먼저 찾은 곳은 도심 쿠어파크의 녹지언덕 위에 있는 ‘서멀 아우캄탈 바드’다. 바데풀(섭씨 32도) 등 실내외 풀과 사우나가 설치된 대규모 스파시설인데 ‘테르메덴’(경기 이천시) 같은 스파가 모두 이런 독일 시설을 본뜬 것인 만큼 생소하지는 않다. 호텔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네로베르크 산에도 들렀다. 이곳의 ‘오펠바트’는 시내가 조망되는 산 중턱의 야외시설(온천풀, 잔디밭). ‘오펠바트의 바그너’라는 식당도 멋졌다. 주변은 숲과 포도밭. 러시아 정교회와 묘지도 멀잖다. 야블렌스키는 거기에 묻혀 있다.

경사진 구릉엔 포도밭 장관

비스바덴 남쪽, 라인강변의 라인가우는 지금 포도 수확철. 하지만 내가 찾았던 7월에는 탱글탱글 새빨갛게 익은 체리 수확이 한창이었다. 라인가우까지는 직선으로 5km. 차로 가도 20분이면 닿는데 강 안으로 경사를 이루며 펼쳐진 구릉이 온통 포도밭이었다. 한여름 땡볕이 쏟아지던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라인 리슬링(리슬링 품종의 백포도주)을 마실 때마다 떠오른다. 차를 몰아 찾은 곳은 프라우엔슈타인이라는 작은 마을의 호텔 겸 식당인 ‘바인하우스 신츠’. 1815년 괴테가 여러 차례 찾아와 시를 썼던 ‘괴테슈타인’이라는 마을과 이웃했다. 포도밭이 내려다뵈는 괴테슈타인 언덕에는 괴테 기념비도 있다. 바인하우스 신츠는 양조용 포도농사를 짓는 신츠가(家)가 운영하는데 1164년부터 대대로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어 왔다.

비스바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Travel Info


비스바덴 최고의 호텔 나자워 호프의 옥상에 자리잡은 온천스파 ‘테르메’. 온천수가 담긴 바데풀과 전망 좋은 야외 테라스를 한께 갖춘 투숙객 전용 시설이다.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라인마인 지역’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권)의 헤센 주도. 지하 2000m에서 섭씨 67도의 온천수가 분당 346L 용출하는 온천휴양지. 제2차 세계대전 때 주둔 시작한 미 육군 기지로 주민 27만 5000명 중 1만 2000여명이 미군과 가족. www. wiesbaden.eu

나자워호프 호텔 1819년 오픈. 최고급 호텔 마케팅그룹 ‘The Leading Hotel of the world’의 멤버. 옥상에 150㎡의 실내 온천풀과 전망 좋은 테라스를 지닌 Therme(온천탕) 무료 이용. 레스토랑 ‘엔테’는 미슐랭★. 숙박은 1인(더블룸 기준) 129유로부터. 아침식사(뷔페) 28유로. www.nassauer-hof.de

장터 장날은 수·토요일. 1750년부터 이어지는 전통시장.

루터란 마켓 처치 장터 옆 붉은 벽돌 건물의 루터 교회. 네오고딕 양식으로 서탑은 높이가 98m. 토요일(오전 11시 반)마다 무료 오르간 음악회 개최. 음악회(무료 유료)는 연중 계속. 연주자 한스 우베 힐셔. www.churchmusic.de www.Hielscher-music.de 12월 25일(오후 4시)무료. 12월 31일(오후 5시 반) 8유로.

와인축제 Wine Harvest Festival 10월 28~31일. 라인가우 지역의 엘트빌(강변마을)에서 여는 수확종결 축제. 농가마다 각자 장식한 트랙터 몰고 행진. Tage des Federweisen 10월 21~23일 뤼데샤임 마을광장. 농장주가 낸 새 와인과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는 축제.

온천휴양시설 Kaiser-Fredrich-Therme 비스바덴 도심의 로마 스타일 시설. 오전 10시~ 밤 12시(월 화 수 목요일은 오후 10시까지) Opelbad Neroberg 네로베르크 반(Bahn·후니쿨라) 이용. Thermal Bath Aukammtal 4400㎡ 규모의 대형 온천스파. www.wiesbaden/eu/baeder

시내관광 Wiesbaden Tourist Card 12.90유로(www.wiesbaden.de 참조) 코끼리열차투어 비스바덴 관광지와 온천투어. www.binglebahn.de www.thermine.de 자전거투어 www.movelo.com

라인가우지역 www.kulturland-rheingau.de/wein
www.rheingau-taunus-info.de
Weinhous Sinz 주소 : Herrnbergstrasse 17-19, 65201,Wiesbaden-Frauenstein. 1박(더블룸) 1인당 40~45유로, 아침식사(뷔페) 7.50유로. 예약 +49(0) 611-1729-777 www.weinhaus-sinz.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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