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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해외 건설 다걸기’ 미덥지만 않은 이유는…

입력 | 2011-10-10 03:00:00


이 정도면 해외건설에 다걸기(올인)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이웃업체로부터 ‘사람 빼가기’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면서 해외건설 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해외건설에 전력투구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1년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업체도 있다. 대형업체뿐만 아니라 중견·중소업체들도 이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14년까지 수주 1000억 달러 달성,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내년부터는 아예 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국내시장의 파이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업체들의 노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시장에서의 다걸기 행보가 마냥 미덥지만은 않다. 해외시장 공략이 중동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수주한 공사도 플랜트 건설공사 등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달 4, 5일 이틀 동안 주식시장에서 건설업종의 주가가 15% 넘게 폭락한 일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금융위기가 중동지역의 경기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발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직격탄이 됐다. 관련 회사 직원들은 ‘기우’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건설사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해외시장 다걸기에 목을 맨다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분석이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장 변화를 연구하고 경쟁력 높은 기술을 쌓고 차별화된 시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의 R&D 투자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국내 상장 제조법인의 R&D 비용 비중(3%)과 비교할 때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의 벡텔 등과 같은 선진건설기업들의 행보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 건설공사 수주보다는 시설물 유지 관리나 사업관리(CM)와 같은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쌓고,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불굴의 정신력과 노력으로 중동 신화를 이룬 건설인들의 분발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황재성 경제부 차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