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50층 이상 빌딩 지은 나라 한국뿐… ‘턴키방식’으론 명품 건축물 못세워”

입력 | 2011-10-10 03:00:00

■ 김상대 세계초고층학회장




“세계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시공한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가 있지만 150층 이상을 지은 곳은 한국뿐입니다. 이런 한국이 건축 선진국이 되려면 국내 정책과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2009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이하 세계초고층학회)의 학회장에 오른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62·사진)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축물의 품질보다 낮은 가격부터 따지는 ‘최저가 낙찰제’나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는 도시에 훌륭한 건축물이 들어서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의 초고층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지만 설계와 구조·설비(엔지니어링) 분야는 아직 미진하다”며 “기본기는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훌륭한 건축물을 지을 때 설계자와 엔지니어 이름을 함께 새기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시공사 이름만 들어가는 것만 봐도 설계자에 대한 대우가 어떤지 알 수 있다”며 “건설사들이 국내 설계업체나 엔지니어링업체에 응찰 기회조차 주지 않는 문화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세계초고층학회에 따르면 1990년 11개였던 초고층빌딩은 2010년 현재 50개로 늘었고 2012년에는 83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높이 300m(약 75층 규모) 이상 건물을 초고층빌딩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대만 타이베이101 빌딩, 중국 상하이세계금융센터 등 최근 주목받은 초고층빌딩이 모두 아시아에 세워졌다”며 “초고층빌딩의 주도권은 아시아로 넘어왔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서울 잠실 롯데수퍼타워, 용산 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빌딩 등 서울 인천 부산 등 10여 곳에서 초고층빌딩 공사가 추진 중이다. 세계초고층학회는 10∼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국제콘퍼런스를 연다. 세계적 건축가인 다니엘 리베스킨트, 에이드리언 스미스, 윌리엄 페더슨 등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