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은 다른 어느 부분 못지않게 크다. 하지만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이들인만큼 직업적 자존심을 훼손당할 경우 상처의 폭은 더욱 넓고 깊다,
1977년 오늘, ‘탤런트’로 불린 TV연기자들이 영화인협회 산하 연기분과위원회에서 대거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104명의 탤런트들은 영화배우들이 주도하는 연기분과위원회가 ▲대종상 시상식에서 탤런트들에게 상을 주지 말도록 하고 ▲‘비협조’ ‘명예훼손’ ‘회비 미납’ 등 이유로 그해 6월 연기분과위 소속 일부 탤런트에 가해진 징계를 해제키로 TV연기자협회와 합의하고도 이행하지 않으며 ▲회원으로서 회비를 내는데도 피선거권과 선거권 물론 발언권도 주지 않고 있다면서 탈퇴키로 했다.
당시는 연기자들을 활동하는 무대에 따라 ‘영화배우’와 ‘탤런트’로 나누는 엄격하고도 높은 장벽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며 탤런트들이 영화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며 영화배우들의 영역을 무색케 하고 있었다. 따라서 영화배우와 탤런트들의 갈등 밑바닥에는 이에 관한 앙금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다음해 영화제작자협회가 중재에 나서 1978년 3월에는 탤런트들의 영화 출연에 아무런 장벽도 없게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