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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맹형규]21세기 ‘네트워크 경제’와 한국형 전자정부

입력 | 2011-09-30 03:00:00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소유의 종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지금과 같은 시장은 2050년까지 완전히 없어지고 네트워크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열린 ‘스마트&클라우드 쇼 2011’ 콘퍼런스 자리에서다.

리프킨이 말하는 ‘네트워크 경제’는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보편화된 경제다. 클라우드 기술이 대표적이다. 비단 서버의 저장장치뿐만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해당된다. 리프킨은 “소유하면 오히려 손해인 것이 새로운 경제체제의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간 세계 경제위기를 여러 번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신용 위기, 에너지 위기,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기후변화와 재해의 영향이 하나로 뭉쳐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아일랜드를 필두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재정과 신용 위기, 불안감이 더해가는 미국의 동요 등의 원인은 소위 ‘정점 세계화(peak globalization)’라는 말로 설명된다. 애초 세계화 경제의 배경에는 충분하고 값싼 석유를 바탕으로 기업이 값싼 노동력 시장을 찾아 자본을 이동시키고, 거기서 제조 상품을 최소 비용으로 생산한 다음 해외로 수송해 수익을 높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세계화가 정점에 이르러 지구촌 주민들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이 적정선을 벗어나 이런 전제가 무효가 됐다. 따라서 지난 200년 동안 지속된 1, 2차 산업혁명이 막바지에 달하고, 이제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빌려 쓰는 경제’ 특징

아직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3차 산업혁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위에서 말한 ‘빌려 쓰는 경제’다. 예전에는 제조업을 하려면 공장과 설비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 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로만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와 같은 ‘네트워크 경제’의 개화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잘 빌려 쓰고 잘 빌려줄 수 있으면 된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소프트뱅크 등 다수의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재해복구센터와 데이터센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이 전자정부 강국이면서 재난 예측 및 예방에도 앞서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과 함께 이제 시대가 빌려 쓰는 행위에 거부감을 갖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아마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 전자정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브루나이도 잦은 홍수 때문에 재해복구센터를 한국이나 제3국에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올 3월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이탈리아가 우리 전자정부 전문가를 초청했다. 한국형 전자정부의 명성을 듣고 이탈리아 정부가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경험과 사례를 배우려 했던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이탈리아 행정혁신부 장관을 비롯한 중앙 및 지방 공무원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한-이탈리아 전자정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행정안전부는 10월 28일 이탈리아 행정혁신부와 회담을 갖고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다.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한국의 전자정부가 실크로드를 거쳐 이탈리아로 진출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이제 세계 역사는 한국에 의해 실크로드가 디지털 로드로 바뀌었다고 기록할 것이다.

전자정부 노하우 활용해야

한국 전자정부는 전 세계에 우리의 노하우를 기꺼이 빌려주고자 한다. 원하는 국가는 어떤 나라든 우리의 경험과 지혜를 얻어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가 21세기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서 앞서가는 길이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