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것만 좋아하던 기성용도 공수를 겸비한 미드필드가 되고서야 유럽무대서 진가를 인정받았다. 스포츠동아DB
■ 홍명보호 에이스에 마당쇠 특명
확실한 공격력 불구 수비력 떨어져
기성용도 수비력 키운 후 에이스 성장
유럽진출 위해서도 풀어야 할 숙제
‘수비력을 키워라.’ ‘기성용에게 배워라.’
윤빛가람은 장단점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시야, 패스, 슛 등 공격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발이 느리고 수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늘 듣는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도 “윤빛가람은 확실한 장점(공격력)을 지녔지만 단점(수비력)도 있다. 윤빛가람의 부족한 수비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파트너 고르기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윤빛가람의 수비력을 극대화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시스템으로 커버하겠다는 뜻. 그러나 이는 고육지책일 뿐. 윤빛가람이 스스로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 땀 흘려야 한다.
● 의식변화가 우선
A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수비를 열심히 하겠다는 본인의 의식변화가 첫 번째다. 공격을 잘 하는 선수가 수비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안 들어서 그런 것이다”고 지적했다.
경남 최진한 감독 역시 “수비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조 감독은 “수비를 위해 빨리 움직이려면 짧은 시간 안에 큰 힘을 낼 수 있는 근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몸싸움에서 이기려면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 쓰게 된다. 수비력 향상에 대한 의지가 있으면 자연스레 노력이 수반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롤 모델로 기성용(22·셀틱)이 꼽힌다.
조 감독은 “지금의 윤빛가람과 예전의 기성용이 똑 같다. 기성용에게 공격하는 것만 좋아하면 안 된다고 늘 말했다. 이를 받아 들였고 지금은 공수를 겸비한 미드필더가 됐다”고 칭찬했다.
윤빛가람도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애를 쓰는 모습이 조 감독의 눈에도 보인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조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동안 윤빛가람에게 집중적으로 수비 훈련을 시킬 복안도 갖고 있다.
윤빛가람이 수비력을 키워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윤빛가람은 유럽진출의 꿈을 갖고 있다. 실제 몇몇 유럽 구단들이 윤빛가람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겨울이나 내년 여름이 이적의 적기가 될 전망. 최진한 감독은 “K리그에서는 이 정도 수비력으로 어느 정도 통하지만 유럽은 어림없다. 수비력 떨어지는 중앙 미드필더를 절대 쓰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역시 기성용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작년 시즌 중반 셀틱 닐 레넌 감독은 수비가담에 적극적이지 못한 기성용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러나 수비력이 보강된 지금은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기성용은 유럽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았으니 빅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윤빛가람에게 수비력 키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