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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속수무책’ 쓰러지는 모기들… 45억 살충제 시장 떨게 한 남자

입력 | 2011-09-22 03:00:00

강남구보건소 장순식 팀장, 은행잎 이용 박멸 등 큰 성과




‘모기박사’ 장순식 씨가 강남구 보건소에서 그동안 개발해온 부유식 모기 유충 방제기와 부유식 방충망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직장과 집에서 양동이에 모기 수천 마리를 기르는 남자. 20여 년 동안 모기 박멸연구에 매진해 온 서울 강남구보건소 장순식 팀장(53)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은행잎을 이용한 모기 유충 퇴치 방법을 개발해 연간 7000여만 원의 살충제 구입 예산을 절감했다. 최근 장 팀장은 은행잎을 담은 그물망을 정화조에 넣어두는 것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으려고 은행잎을 알약 모양으로 압축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장 팀장이 모기에 ‘꽂힌’ 때는 1986년 보건직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을 때. 흰 연기를 내뿜는 방역차량을 운전하면서부터 모기 박멸의 꿈을 키웠다. 경유가 섞인 분무식 살충제를 뿌리면 하천에 기름띠가 생기는 것을 보고 ‘환경오염 없이 모기 잡는 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기계장치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부유식 모기 유충 방제 장치’다. 겨울 모기의 온상인 건물 정화조 수면 위에서 바람막을 만들어낸다. 지난해 특허청으로부터 발명특허를 받았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옻나무 여뀌 국화 등 다양한 식물을 구해다 유충이 담긴 정화조에 투입하기를 수십 번. 일부 독성이 강한 식물이 유충을 죽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재료를 쉽게 구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그런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게 은행잎이다.

모기 잡는 기계장치에 이어 은행잎 살충방법까지 속속 개발해내자 연간 45억 원에 이른다는 화학살충제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모기박사’ 장 팀장은 “유충 단계를 벗어나 다 큰 모기를 쉽게 없애는 장치를 고안해 최근 도면을 완성했다”며 “20년 넘게 이어오던 모기와의 전쟁이 곧 막을 내릴 것 같다”며 웃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