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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콤 공동창업자 이래환 ‘웨이브스퀘어’ 대표 “LED칩 원천기술 상용화… 원가 절반 이하로”

입력 | 2011-09-20 03:00:00


“남의 기술로 껍데기를 만들어 브랜드만 붙여온 것 아닌가 아쉬웠어요. 엔지니어로서 원천 기술을 만들어 보고 싶어 발광다이오드(LED)의 세계로 뛰어들었죠.”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14년, 아이리버의 전신인 ‘레인콤’ 공동창업자로 9년을 보냈다. 이래환 대표의 다음 도전은 LED였다. 이 대표가 2006년 세운 LED 벤처 ‘웨이브스퀘어’는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ED 조명에 들어가는 칩의 원가를 반값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년 동안 연구개발(R&D)에 200억 원, 양산 체제를 갖추는 데 200억 원 등 돈 한 푼 못 벌면서 400억 원을 쏟아부었다”며 “일본의 기술을 받아 쓰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산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웨이브스퀘어가 이날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기술의 핵심은 화학물질로 LED 칩을 만들 때 쓰는 사파이어 기판을 떼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LED 칩은 사파이어 기판 위에 주요 물질을 쌓아 올린 뒤 기판을 떼어내 위에서 아래로 전류가 흐르게 돼 있다. 지금까지는 레이저로 기판을 분리했다. 하지만 장비 한 대가 10억 원이 넘고 생산성도 낮았다.

연구개발을 이끈 최고기술책임자(CTO) 조명환 박사는 “화학물질로 기판을 떼어내면 장비 값도 줄이고 수율도 최고 8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조 박사는 2003년부터 일본 도호쿠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겨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다. 그는 “이 대표도 저도 이름 끝 자가 ‘빛날 환(煥)’이어서 ‘운명’처럼 만났다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투자를 받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해외 투자회사들이 미래 가치를 보고 위험을 감수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한국 금융권에선 ‘기술이 완성돼 검증된 이후에 찾아오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레인콤을 창업할 때도 한국 벤처 투자가들의 마인드를 알았기에 해외에 먼저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웨이브스퀘어는 경기 화성시의 옛 대우그룹고등기술연구원에 연간 5000만 개의 고출력·고효율 LED 칩 양산체제를 구축해 이달부터 중국 가로등 제조회사 등에 제품을 팔기 시작한다. 이 대표는 “중국은 전력 사용량을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LED 조명 산업에 대한 지원이 굉장하다. 장비 값을 70%씩 지원해 주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중국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