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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달인’ 민병덕 KB국민은행장 “고객 돈 불린다면 무슨 일이든 할것”

입력 | 2011-09-20 03:00:00


이종승 urisesang@donga.com

《 KB국민은행은 올 들어 은행권의 과당 영업경쟁을 주도하는 대표적 은행으로 종종 언급됐다. 지난해 7월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이 부임한 뒤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울 가리지 않고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전체를 과당경쟁의 제로섬에 빠뜨렸다고 볼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병덕 행장(사진)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갈 뿐”이라고 밝혔다. 》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고객의 돈을 불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취임한 지 1년 3개월째를 맞고 있는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과당경쟁의 주범이라는 평가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공격적인 영업은 자신만의 영업 철학인 ‘부자론’, 즉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주면 이것이 결국 은행의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실천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KB국민은행이 은행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고객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과당경쟁의 주범’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듯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명목 성장률 범위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국의 제한선인 0.6%보다 높았지만 KB국민은행은 이를 밑돌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국민은행 안팎에서는 강도 높은 영업 전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은행권 최대 규모인 3200명의 명예퇴직을 시행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유·무형으로 실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대출을 받아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진정한 리딩뱅크라면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를 선도해야지 국내 경쟁만 부추겨서 되겠느냐”며 “KB국민은행이 대기업 대출금리를 다른 은행보다 낮춰주겠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우리도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변의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 행장은 2000년대 초반 충무로 지점장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의 철학인 ‘부자론’을 펼쳤다. 당시 인쇄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도 세를 들고 있던 고객에게 그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줄 테니 임차하던 건물을 사라고 권유했다. 인쇄기계를 모두 지하로 옮기고 지상 층에는 세를 놓아 대출금을 갚으라고도 조언했다. 인쇄업이 주춤하면서 인쇄업체는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건물 값이 크게 올라 이 고객은 임대료만으로도 은행 빚을 모두 갚고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

민 행장은 “여러 명의 고객을 부자로 만들어 준 덕에 KB국민은행의 전국 지점 중 영업 실적 꼴찌를 다투던 충무로 지점을 전국 상위권 지점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은행도 많은 수익을 올렸고 나도 ‘영업의 달인’이라는 명칭을 앞세워 행장까지 승진했으니 모두가 윈윈(Win-Win) 아니냐”고 했다.

한편 민 행장은 “지주회사 출범이 가장 늦었던 데다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안정적인 성장에만 주력하다 보니 다른 은행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며 소형점포 확대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다인 1200여 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점포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후 우리가 폐쇄한 점포에 다른 은행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고객이 꽤 이탈했다”며 “지점 수는 늘리되 지점 내 직원 수를 대폭 줄여 ‘1인 지점’과 같은 소형 지점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은행장 중 골프를 가장 잘 치는 행장으로도 유명하다. 싱글 골퍼인 그는 딱히 골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영업을 위해 배웠고 이를 열심히 영업에 응용하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고객을 기분 좋게 만들려고 고객의 볼을 속칭 ‘알까기(친 볼을 찾지 못해 페널티를 받아야 할 위험에 놓였을 때 동반자 몰래 슬쩍 다른 볼로 대체하는 행위)’도 하고, 캐디에게 고객의 스코어를 좋게 고쳐 달라고 슬쩍 부탁한다고 귀띔했다. 민 행장은 “모든 영업직원이 다 골프를 치는데 그게 무슨 차별화 무기가 되느냐고 하지만 이 정도로 하는 직원은 거의 못 봤다”며 “골프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골프를 칠 때 절대 비즈니스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