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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건설-고려대 출신-非전문가 한전 사장

입력 | 2011-09-19 03:00:00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한국전력을 방문해 전날의 정전 사고에 대해 “기본을 지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질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백번 옳은 말이다. 초유의 ‘정전 대란’은 기본을 무시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 이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식경제부 등 전력산업의 3대 축(軸)이 함께 화(禍)를 키웠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기본에 충실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17일 업무를 시작한 김중겸 신임 한전 사장은 1976년 현대건설 입사 이후 줄곧 건설업에만 몸담았다. 전력 분야에서는 비(非)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한전 사장은 공모 절차를 거친 뒤 한전 주총에서 선임하고 지경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 낙점을 받지 않고선 사장 자리를 넘보기 어렵다. 김 사장은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출신에 고려대를 졸업했다. 현대건설에서는 이 대통령과 16년간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문제는 한전 사장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에 따르면 한전의 상임이사 7명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이 4명, 한나라당 출신이 1명이라고 한다. 11개 한전 자회사도 경영진과 감사 22명 중 17명이 현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나라당, TK, 고려대 출신 등 지연 학연 직연(職緣)으로 얽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전원(電源) 개발, 전기사업 운영, 전력수급 안정 등 고도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요구하는 국가기간 기업이다. 이러한 전문적 업역(業域)에 검증되지 않은 인맥을 채워 넣는 인사(人事)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15일 예비전력이 149만 kW로 떨어져 단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이었다. 실제로는 최소 예비전력 400만 kW의 6%에 불과한 24만 kW로 떨어질 때까지 방치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직전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국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불요불급한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영진과 감사들이 이런 허위 보고와 업무 태만, 안일한 대처를 앞장서서 적발하고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어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태 수습 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한전과 자회사의 인사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