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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성추행 가해학생 처벌

입력 | 2011-09-17 03:00:00

지적장애학생 성추행 69% 경징계
비장애학생 성추행땐 74% 중징계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생 이모 군은 지난해 12월 같은 반 친구들에게서 치욕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김모 군 등 가해자 3명은 교실에서 이 군이 성기를 꺼내 만지도록 강요했다. 김 군 등은 이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이를 본 다른 학생의 신고로 김 군 등은 교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학교는 이들에게 동영상 삭제와 함께 교내 봉사 5일이라는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충남의 한 초교 4학년 이모 군은 지적장애가 있는 같은 학교 6학년 함모 양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가 적발됐지만 경징계인 접촉금지 처분만 받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16일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적장애 학생을 성추행한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교는 교내에서 성추행 등 폭행 사건을 일으킨 학생에게 ‘서면사과’ ‘접촉금지’ ‘교내봉사’ ‘사회봉사’ 등 경징계나 ‘학급교체’ ‘특별교육’ ‘출석정지’ ‘전학·퇴학’ 같은 중징계를 내리도록 돼 있다.

배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지적장애 학생을 성추행한 가해학생 52명 가운데 15명(29%)이 가장 가벼운 징계인 서면사과 처분을 받는 등 36명(69%)이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2010년에도 가해학생 150명 중 103명(69%)이 경징계 처리됐다.

반면 장애가 없는 학생들 사이의 성추행 사건은 엄격하게 처리됐다. 2009년에는 가해학생 180명의 20%인 36명이 최고 수준의 징계인 전학 또는 퇴학 처분을 받는 등 74%인 132명이 중징계 처분됐다. 2010년에는 319명의 절반을 넘는 174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이처럼 징계 수준이 다른 것은 지적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피해를 명확히 말할 수 없어 가해학생의 항변이 더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피해 학부모가 무작정 강한 징계를 요구하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서울지역 특수학교 학부모회 홍희선 회장은 “지적장애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적당히 타협하기가 쉬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적장애아들이 일반 학생들과 동등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적장애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피해자와 학부모의 구체적인 민원이 없는 한 당국이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학교 당국이 지적장애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이 발생하면 더 엄격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등 배려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찬욱 채널A 기자 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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