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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럽 금융 재정위기 장기화에 대비해야

입력 | 2011-09-16 03:00:00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고도 국가채무를 줄이지 못해 위기가 오히려 번졌다. 그리스는 6차 구제금융을 제때 못 받으면 다음 달 초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 관건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재정부실화로 구제금융을 신청하느냐다. 두 나라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28%를 차지해 영향력이 크다. 이들에 돈을 빌려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면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들 나라의 재정위기는 경제성장이 국가채무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의 덫’에 걸린 결과다. 저성장으로 재정적자가 커지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국채금리가 오르고 이 때문에 다시 정부부채가 늘어나 재정적자가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고통이 뒤따르는 재정긴축을 해야 하지만 해당 국가의 재정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리스 노조의 긴축반대 파업이 생생한 사례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해도 부채의 덫에 빠질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를 도와 유럽통합을 지켜내자”고 외치며 3조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의 지원을 고대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그제 “유럽 지원에 나서고 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으나 EU로부터 중국의 시장경제지위(환율 조작과 보조금 등 반시장주의적 방법을 쓰지 않음)를 인정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럽 위기를 계기로 세계 경제파워 순위가 조정될 소지가 있으므로 한국도 유럽 지원에 참여해 국제무대의 발언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

EU는 유로본드 발행,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유로본드를 찍으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독일이 반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 등이 자국 통화로 되돌아가 고환율로 경제를 회복하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유로체제의 붕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독일 프랑스가 극력 반대하고 있다. 결국 유럽 재정위기는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우려로 우리 금융시장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어제 “유로존 문제는 해결이 어렵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재정건전성이 튼튼하고 통화정책 여력이 있어 위기를 충분히 견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반의 위기 국면은 아닐지라도 외국인 자금 이탈 등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대비해 올해 60조 원의 자금을 확보해 놓았다. 이 와중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