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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 3信… 파키스탄 북부지역 도착

입력 | 2011-09-14 03:00:00

문명의 길 뚫리자 사라진 장수마을… ‘훈자’에서 순수의 날개 펴다




 

위용을 떨치는 거대한 산 덩어리들 사이로 한 줄기 인간의 길이 뚫려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다. 카라코람은 ‘검은 바위’라는 뜻이다. 이 길은 파키스탄 북부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연결한다. 1966년에 착공해 1980년에 완공됐다. 총길이 1200km에 이른다. 해발 4693m의 쿤제랍 고개를 비롯해 수천 m의 고지대를 통과하는 ‘하늘길’이다. 공사 중 사망자만 30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대장 박정헌)는 바로 이 길을 통해 파키스탄 북부 훈자 지역에 들어섰다. 지난달 말부터 9월 초까지 훈자 일대에 머물며 연습 비행을 실시하고 다음 이동 경로를 조사한 원정대는 13일 현재 훈자 지역을 떠나 파키스탄 북부 발토르 빙하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훈자는 라카포시(7788m), 골든피크(7027m), 레이디핑거(6000m), 울타르피크(7388m) 등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는 크게 세 마을이 있는데 마을마다 쓰는 말이 다르다. 자동차로 20분 걸리는 아랫동네와 윗동네 사람들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니 신기했다.

파키스탄 북부 훈자 지역 인근 곤도고로라에서 훈련을 겸한 정찰 비행에 나선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대원. 창 모양의 뾰족한 라일라 피크(해발 6096m)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훈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마을의 기원도 신비하다. 이란계 조상설과 아프가니스탄계 조상설이 뒤섞여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때 3명의 병사가 페르시아 여인을 데리고 탈영한 뒤 이 마을에 숨어 살았던 것이 마을의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일부 주민은 자신이 알렉산더 대왕이 이끌던 마케도니아 군인들의 후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현지 언어 연구차 머물던 일본 도쿄외국어대 요시 사토코 박사(여)는 이 지역의 언어가 고대 그리스나 마케도니아 언어와 전혀 관련이 없고 많은 고고학적 연구에도 그리스나 마케도니아 관련 유물이 출토되지 않은 점을 들어 그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마을의 역사를 소상히 알고 있다는 또 다른 주민은 이 지역의 조상들이 본래는 산중을 떠돌며 약탈을 일삼던 산적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비밀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훈자는 장수 마을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이 장수의 비결을 찾아 이곳에 왔다. 그러나 현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훈자는 장수마을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주범으로 꼽았다. 예전엔 길이 막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고 열심히 일해야 했다. 조미료도 안 쓰고 그야말로 참살이 음식만 먹어 실제로 100세 이상 노인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길이 뚫리면서 공산품이 대량 유입되고 관광객이 늘면서 힘든 일을 덜하게 됐다. 비만 인구가 늘었다. 이제 100세 이상 노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의 한 연구진이 최근 이 마을에서 100세 이상 노인들을 찾아다녔는데 3명뿐이었다고 했다.

훈자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장면. 신랑 신부와 가족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훈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곳 호텔 관리인은 “한국인이 참 고맙다”고 했다. 미국 유럽과 일본 관광객들이 줄고 있지만 한국 관광객들은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9·11테러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 이후 파키스탄은 위험한 나라로 찍혀 미국과 유럽 관광객이 줄었다. 테러리스트 몇 명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깊은 산속의 삶에까지 대량 생산과 국제분쟁의 여파가 밀려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 그 마지막 순수의 땅을 찾아 대원들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훈자=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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