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앞세워 5.1이닝 무실점 감격SK 연패 끊고 3위 KIA 1.5G차 추격“아직 얼떨떨…이 악물고 던지겠다”
SK 윤희상이 7일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볼을 뿌리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목동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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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한여름 우렁찬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10년 안팎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낸다. 땅속에서 흙을 먹으며 자라서 매미가 되면 하늘 속에서 먹이를 먹는다.
SK 투수 윤희상(26)이 매미처럼 기나긴 무명생활 끝에 비로소 우렁찬 첫 울음을 터뜨렸다. 2004년 SK 유니폼을 입은 뒤 8년째에 천신만고 끝에 데뷔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입단할 때만 해도 유망주였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는 그를 SK는 2차 1순위로 지명했다. 경남상고 출신의 정우람을 2차 2순위로 지명한 데서 보듯, SK는 그를 주목했다. 193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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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2005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받았다. 이어진 공익근무 생활. 그는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다시 공을 잡았지만 시간은 많이 흘렀다. 동기인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으면서 잘 나가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어깨가 좋지 않아 2군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어쩌다 1군에 올라와도 곧바로 2군행 통보를 받기 일쑤. 그런데 올 시즌 2군에서 잠재력이 꽃피기 시작했다. 완봉승도 따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2군감독 시절 눈여겨본 윤희상을 불렀다. 2군 시절 ‘이희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이 감독대행이 아끼던 숨은 보물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8월 25일 윤희상을 1군에 불러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윤희상은 이 감독대행에게 크나큰 보은의 선물을 안겼다.
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3위인 KIA에 1.5게임차로 따라붙으면서 5위인 LG를 5.5게임차로 밀어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값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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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상에게는 잊지 못할 2011년의 초가을 밤, 매미처럼 목놓아 울어도 좋을 날이었다.
목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