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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 눈에 비친 이대통령은?

입력 | 2011-09-06 18:24:54


"자수성가한 '희망의 지도자'로 대통령 올라", "측근만 신뢰하는 내성적 성격."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장 때부터 당선인 시절까지 직접 지켜본 주한 미 대사관의 시각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이들 전문 내용은 미 대사관 측이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가 비교적 쉬웠던 대통령 취임 이전에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희망의 지도자'로 부상" (서울시장~대선후보 시절)=미 대사관은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이 대선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대통령까지 오른 원동력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06년 3월 8일자 전문에 따르면, 전날 이 대통령과 직접 면담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이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했다며 그가 "변화를 바라는 한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확실하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미 대사관은 같은 해 11월 21일자 전문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현대그룹 등 재벌 시스템의 성공, 자수성가 신화 등 대다수 한국인이 존경하는 몇몇 상징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또 이 대통령이 과거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으며 '상대를 봐주지 않는 스타일'도 반대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으나, 많은 한국인에게 이 대통령의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상당한 매력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없다고 덧붙였다.

2007년 2월 2일자 전문에서 미 대사관은 이 대통령이 자신을 '희망의 지도자'로 부각시키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전통적인 진보적 유권자 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끌어오고 있다"며 젊은층이 그의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성공한 이력에 끌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이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보다 더 서민적이고 인간적이며 자연스러운 연설 스타일로 청중을 잘 다루며 어디를 가나 록 스타와 같은 환영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전문에서 대사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사이의 '오해'가 낳은 일화도 전했다.

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과거 대학생 시절 시위로 구속된 전력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썼고, 이를 본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그를 사면해 현대건설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 회장에게 이 대통령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그를 잘 지켜봐라"라고 말했으나 정 회장이 이를 "잘 돌봐줘라"라는 뜻으로 오해했다는 '야사'가있다며,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현대에서 이 대통령이 고속승진한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대사관은 소개했다.

●"측근만 믿는 내성적 성격"(대통령 당선 직후)=미 대사관은 대선이 끝난 후 이 대통령의 당선 원인과 함께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면모를 본국에 보고했다.

대선 당일인 2007년 12월 19일 당선 발표 직후 이 대통령을 소개하기 위해 작성한 이 날짜 전문에서는 이 대통령이 1970~80년대 한국의 권력층과 부유층이 대개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관련 법규를 느슨하게 해석했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제 수상했던 거래들은 모두 과거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대사관은 몇몇 소식통을 인용, 이 대통령이 많은 사람과 어울릴 정도로 사교적이지는 않고 내성적이며, 일부에서는 이런 성격 때문에 라이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에게 손을 뻗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대인관계상의 어색함 때문에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나 최시중 현 방송통신위원장 등 소수 측근만 신뢰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문은 전했다.

대사관은 또 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에 대해, 그가 영어로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겪어본 바로는 `기초적인(rudimentary)' 수준이며 모든 업무상 회의에는 통역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영어 실력이 정상회담 등 국제회의에서 외국 정상들과 인사말, 잡담 등을 주고받는 데는 충분하며 이는 전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는 상당한 강점이라고 대사관은 평가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