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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佛 정치의 계절

입력 | 2011-09-03 03:00:00

“프랑스는 변화해야 산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외침




프랑스는 요즘 정치의 계절이다. 차기 대선이 8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철이 되자 출판계까지 북적거리는 모습이 한국과 비슷하다. 특히 17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는 제1야당 사회당 등 주요 야권의 대선주자에 대한 책이 8월 셋째 주부터 쏟아지고 있다.

출판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정치인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사회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당수. 그의 전기 ‘생존자(Le Rescap´e)’가 지난달 17일 발간됐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법대를 졸업하고 명문 국립행정학교(ENA)를 거쳐 법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역을 맡으며 사회당의 미래로 커 나온 과정을 담았다. 올랑드는 지난달 25일 연설문(2009∼2011)과 2건의 인터뷰를 실은 ‘프랑스인의 꿈(Le R^eve fran¤ais)’도 선보였다. 그는 여기서 “프랑스혁명에서 피어난 공화국의 꿈이 제2차 세계대전과 미테랑 정권에서 빛을 발했고 이제 새로운 프랑스의 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선 후보의 ‘체념하고 분노한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Lettre `a tous les r´esign´es et indign´es qui veulent des solutions)’는 1일 서점에 나왔다. 루아얄은 2007년 대선 때 프랑스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여장부. 그는 이 책에서 “단순히 반사르코지즘으로 대선에 임해서는 안 된다”며 “가족과 교육, 안보라는 전통적 가치에 환경의 급속한 변화, 참여적 민주주의, 시민사회적 기업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를 결합한 새 시대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올랑드와 루아얄은 1970년대 말 ENA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뒤 약 30년간 동거하며 4명의 자녀를 두었다. 지난 대선 때 ‘부인’은 대선 후보, ‘남편’은 당 대표였다가 5년 뒤 대선 후보 라이벌로 변한 것이다. 두 사람은 2007년 총선 때 헤어졌다.

중도 정당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2012 국가비상사태(2012 ETAT D'URGENCE)’도 관심을 끈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연정 구성 공약으로 3위를 했던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에게 등 돌린 중도 및 우파 유권자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프랑스는 재정적자 악화로 경제가 병들고 있고 사회 정의와 정치개혁은 요원한 상태”라며 “이제는 모두가 뒤따라야 할 모델로 성장한 독일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대선에서 당내 라이벌 사르코지에게 고배를 마시고 원수지간이 된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는 지난달 25일 출간한 ‘전통의 나라(Notre vieux pays)’로 우파 독자를 매혹시키려 한다. 지난해 공화국연대를 창당한 그는 프랑스 역사와 프랑스인의 삶을 서정적으로 관조한 이 정치 에세이에서 “프랑스를 정치 경제적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전통에 기반을 둔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회복”이라고 강조한다. 이 밖에 8일 선보일 사회당 경선 후보 마뉘엘 발스 의원의 ‘변화의 에너지, 낙관주의자 입문서(L'´Energie du changement. L'ab´ec´edaire optimiste)’, 피에르 로랑 공산당 당수의 ‘신 공산당(Le Nouveau parti communiste)’도 좌파 지식인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