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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찰은 수사로 말하라

입력 | 2011-09-02 03:00:00


요즘 검찰은 수사력이 약해져 잡은 고기도 놓친다는 말이 나온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고객 예금 수조 원을 흥청망청 쓴 사건임에도 배후의 정관계 인물 하나 밝혀내지 못했다. 퇴출을 막기 위해 로비자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박태규 씨가 뒤늦게 입국해 수감됐지만 수사 진척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박 씨는 로비자금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데 로비스트의 입 하나에만 매달리는 수사가 보기 안쓰럽다. 돈 받은 사람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모처럼 대검 중앙수사부가 나선 수사가 이번에도 건지는 게 없으면 검찰의 체면이 구겨질 것이다.

국회는 중수부를 없애겠다고 으르렁거렸다. 검찰총장은 그동안 중수부 해체 압력을 의식해 한화 비자금 수사처럼 중수부가 맡아야 할 수사도 지검으로 내려보냈다. 중수부장 중에는 수사를 한 건도 하지 않은 채 개점휴업으로 임기를 마친 사람이 적지 않다. 중수부 인력 60여 명은 그저 지켜만 보고, 지검들이 조직도 적고 경험도 일천한 상태에서 힘에 부친 수사를 하다 보면 서부지검의 한화 수사처럼 낭패를 보기 쉽다.

선거와 시위 범죄를 다루는 공안부, 권력층 비리를 다루는 특수부는 일선 검찰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이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었다. 공안통이나 특수통으로 기억되겠다는 검사는 드물어지고 공안부와 특수부를 경력관리용으로 1, 2년 거쳐 가는 부서로 여기는 검사가 많다.

검찰총장이 새로 임명되면 동기가 일제히 사퇴하는 낡은 관행도 검찰 간부의 연령 저하와 경험 부족을 초래하면서 수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 52세의 한상대 검찰총장이 임명되자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장 5명이 모두 옷을 벗었다. 검사장급이 20년 이상 검찰에 근무하면서 쌓은 수사 노하우를 한창 일할 나이에 사장(死藏)시키는 것은 수사력의 큰 손실이다.

수사 환경도 예전과 다르다. 법원이 깐깐해져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기도 어렵다. 공판중심주의로 법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보듯이 검찰에서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한 피의자가 법정에서는 밥 먹듯 뒤집어버린다.

법관은 ‘9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져야 할지 모르지만 검사는 ‘죄인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신조를 관철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검찰은 오로지 수사로 말해야 한다. 곽노현 사건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