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용프로그램 시민들, 주말마다 모여 연습 또 연습…“소심했던 성격 확 바뀌었죠”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되는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주제로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며 발표회에 맞춰 늦은 밤까지 연습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지난달 24일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채창도 씨(28)는 ‘우물쭈물’이란 단어를 몇 번이나 되뇌었다. 채 씨는 3개월 전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서울시 무용 프로그램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참가 공고를 인터넷에서 보자마자 담당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그는 20년 넘게 “행동이 굼뜨다”는 지적을 받아 온 터였다. 군대에서도 느리다는 이유로 수없이 지적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남들 앞에 서면 움츠리게 됐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 한밤의 ‘몸부림’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은 춤을 배워본 적이 없는 시민이 기본 동작부터 배우는 몸치 극복 프로그램이다. 발레나 브레이크댄스 같은 난도가 높은 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머뭇거리지 않고 몸으로 감정 표현을 하도록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20대 대학생부터 중학교 선생님,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처음엔 매주 주말에만 모여 춤을 췄지만 3, 4일 있을 발표회를 앞둔 최근에는 수요일 밤에도 모인다.
이날 현장에는 채 씨를 포함해 10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오후 8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쿵쿵거리는 북소리가 연습실을 메웠다. 북소리에 맞춰 우아하거나 격정적인 춤판이 벌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일렬로 줄을 선 이들은 마치 싸움이라도 하듯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기 바빴다. 한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잔인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와 같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대사를 외치면 다른 한 사람은 말하지 못하도록 힘을 다해 끌어내는 방식이다.
○ 내 안의 소심함을 지우다
강사 석수정 씨(31·여)는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춤으로 표현했다”며 “우물쭈물함도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햄릿의 대사를 외치도록 한 것도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석 씨는 “춤 전공자들이 아니어서 동작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최대한 말로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시민 대상 춤 프로그램은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도 진행 중이다. ‘몸, 좋다’라는 제목으로 초등학생,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6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장애인 대상의 ‘몸으로 말해요’는 근골격 기능 향상 운동,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한 자아 표현 등 춤의 ‘기능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