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만난 밤 잣 호두,임금님 봉수탕 안부럽네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가 농부들이 매달 할 일과 풍속을 한글로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월대보름 이야기지만 묵은 산채와 밤의 계절이기에 인용해본 글이다.
가을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밤이 제철이다. 밤과 잣, 호두 등 3개 가을 견과류를 우유와 함께 갈아 낸 트리오 라테를 추천하려 한다. 우리의 전통음료인 봉수탕과 유사하다. 차례상에서 나물이 남았다면 밥과 비벼 기름에 지져내면 근사한 나물밥전이 된다.
○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Latte)
‘라테’는 이탈리어로 우유다. 커피와 섞으면 ‘카페라테(coffee with latte)’가 된다. 재료 이름에 따라 폼 나는 이름이 탄생한다.
밤 잣 호두와 섞으면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trio latte)가 탄생한다. 이는 잣과 호두를 곱게 갈아 꿀에 재워둔 뒤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우리의 옛 음료인 봉수탕(鳳髓湯)에서 비롯됐다.
봉수탕은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서 “독이 없고 먹으면 머리털이 검어지고 강장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봉황처럼 오래살 수 있는 음료’라 해서 임금이 즐겨 마셨다. 현대 한의학자들도 빈혈에 효과적이고 폐에 좋다고 한다. 봉수탕은 한국전통음식의 세계화 전략에 감초처럼 포함된다.
올해에는 비가 많아 밤 작황이 안 좋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격은 더욱 올랐다. 하지만 좋은 효능은 값 역할을 한다. 호두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연어보다 3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다. 잣도 비타민B가 풍부하고 땅콩에 비해 철분이 많다.
3가지 견과류가 우유와 만나면 부러울 게 없다. 불과 10분만 투자하면 가족의 건강을 당신이 책임질 수 있다. 수험생이 있는 부모라면 더욱 권할 만하다.
나물밥 전
고사리 도라지 피마자 곤드레 무 숙주나물….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많은 나물 반찬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의 보고다. 참살이 식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나물에 찬밥도 좋고, 따스한 밥도 좋고 한 덩어리와 제대로 어울리면 황후(皇后)의 식단도 부럽지 않다.
차례를 마치면 으레 나물반찬이 남는 법. 귀성 길에 주섬주섬 싸 주시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지만 처치 또한 곤란할 때가 많다. 버릴 순 없다. 정학유가 그러지 않았는가.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와 바꿀 것이냐”고.
서울의 특급호텔 주방장들도 권하는 메뉴다. 손쉽게 별미음식으로 재탄생한다.
견과류와 나물 등은 산림조합 푸른장터(www.sanrim.com)나 e숲으로 직거래장터(forest.esupro.co.kr) 등에서 쉽게 택배로도 구입할 수 있다.
▼ 이렇게 만들어요 ▼
밤 잣 호두 트리오 라테
재료 밤 잣 호두 우유 꿀(재료 모두 인원에 맞게 적당량)
1 밤은 쪄서 찻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낸다.
2 잣은 고깔을 떼고 마른 천으로 표면을 닦는다. 호두는 속껍질을 벗긴다.
3 블렌더(믹서기)에 삶은 밤과 손질한 잣, 호두와 우유를 넣고 곱게 갈면 완성
TIP 호두 속껍질은 뜨거운 물에 5분쯤 담가 둔 뒤 이쑤시개를 이용하면 쉽게 벗겨진다.
나물밥 전
재료 나물반찬(없을 경우 마른 나물) 밥 들기름 달걀 식용유
1 나물반찬은 1cm 길이로 송송 썬다. 나물반찬이 없을 경우에는 마른 나물을 구입해 뜨거운 물에 불린 뒤 들기름에 갖은 양념으로 볶는다.
2 나물 재료를 밥과 다진 마늘, 소금 약간, 달걀에 넣어 잘 버무린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준비된 재료를 한 숟가락씩 납작하게 올려놓고 노릇하게 구워내면 완성.
TIP 버무린 밥이 형태로 흐트러지면 밀가루를 약간 섞는다.
이기진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