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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3점차…그러나, 희망은 빛났다

입력 | 2011-08-29 07:00:00

한국女농구,아시아선수권 준우승

평균 키 8cm 큰 중국과 결승전
몸 던진 투혼 불구 62-65 석패
신정자 “세대교체 자신감 생겨”




링을 맞고 튀어 나온 볼. 대표팀 주장 신정자(31·kdb생명)가 몸을 날렸다. 중국 선수 세 명도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신정자는 있는 힘껏 볼을 품 안에 몰아넣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심판이 휘슬을 불었고, 한국의 공격권이 선언됐다. 
상기된 얼굴의 신정자가 일어서자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가갔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고, 끌어안았다. 28일 일본 나가사키현 오무라시에서 열린 201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결승전. 종료 30여 초를 남기고 한국이 62-63으로 한 점 뒤진 상황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신정자는 대만과의 준결승을 하루 앞두고 “다들 ‘깜짝 스타’라고 하셔서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나이도 서른을 넘었고 경력을 계속 쌓아 왔는데 마치 신인 선수가 된 것 같다”고 쑥스러워 했었다. 리그에 가면 베테랑이지만 대표팀에서는 늘 터줏대감 정선민의 그늘에 가렸던 그녀다. 국가대표로 선발됐다가 한 경기도 못 뛰고 돌아온 대회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 경기 베스트5. 이미선이 고사한 주장직까지 맡았다. 그녀는 “주장이라서 어려운 건 없지만, 앞장서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했다. 평균 신장이 8cm나 큰 중국의 장대숲 사이에서 1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누구보다 높이 뛰어 올랐고, 키에서 밀리자 몸을 던졌다. 또 경기 흐름이 중국으로 넘어갈 때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15점을 넣었다. 주장의 분투에 젊은 선수들도 힘을 냈다. 중국을 끝까지 압박하면서 정선민·박정은·변연하 없는 한국 여자농구의 힘을 보여줬다.

한국은 결국 힘들게 얻은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종료 직전 이연화가 던진 3점슛도 링을 스치고 떨어졌다. 62-65의 석패. 6연승 후의 첫 패배가 하필 결승전이었다. 임달식 감독은 탄식을 내뱉었고, 선수들은 펑펑 울었다. 하지만 아무도 실망은 하지 않았다. 신정자는 “세대교체를 하면서 힘든 과정 속에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집중력 부족으로 졌지만 다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일본) |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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