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순도 제각각”… 위험비용 내세워 깎아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울 종로의 귀금속 상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요즘 금은방에는 금을 팔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종종 있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높지 않아 실망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 가게에서는 “돌반지 살 때는 한 돈에 24만5000원, 팔 때는 22만 원”이라고 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기자가 걸고 있던 14K 반 돈(1.875g)짜리 목걸이를 팔겠다고 하자 5만8000원을 주겠다고 하더니 살 때는 12만 원 선이라고 했다. 24K에서 14K로 내려갈수록 이 차이는 더 커졌다. 가게 주인은 “국제 금값이 오늘 엄청 떨어졌는데 그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살 때 가격도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같은 24K도 품질은 천차만별”
직장인 박은우 씨(44)는 얼마 전 돌반지를 샀다. 처음에는 21만 원이라던 돌반지가 신용카드를 꺼냈더니 26만5000원으로 뛰었다. “아시잖아요.” 금은방 주인의 말이었다.
현금과 신용카드의 가격 차이는 단순히 카드가맹점 수수료로 설명할 수 없다. 그 뒤에는 전체 유통되는 금의 60∼70%가 무자료로 거래되는 금 유통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있다. 금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투자 대상이 됐지만 국내 금시장에는 신뢰할 만한 수치가 없다. 2007년 한국조세연구원이 추정한 유통량 120∼150t이 그나마 공식적인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금 유통 규모를 100∼110t로 추정했다.
○ 현금-카드 가격 차는 유통구조 탓
이 유통 규모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이른바 ‘뒷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은 수입금이 약 35%, 제련금이 약 5%로 이는 대부분 반도체용 재료 등으로 팔린다. 나머지는 쓰던 금제품을 산 뒤 녹여서 만드는 정련금으로 금은방에서 파는 금이 대부분이다. 중간도매상들이 개인에게서 사들이는 금도 원래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하지만 중간도매상들은 금을 도매상에 넘긴 뒤 폐업신고를 한다. 거래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보니 금은방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격을 받더라도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로 금값을 치르면 세무서에 부가가치세를 내면서 매입처 신고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들은 일부는 제대로 세금을 내고 사들여 ‘증거’를 남기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무자료로 거래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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