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藥? 죽어가는 사람은 살려야죠”
신창식 신풍제약 고문이 국내 신약 16호로 등록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공동으로 개발한 피라맥스는 말라리아 환자가 있는 102개국으로 수출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계 69억 인구 가운데 40%인 27억 명이 말라리아 발생 지역에 산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전파하는 병으로 고열이 주된 증세. 매년 3억∼5억 명이 감염되고 그중 85만∼10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더 안타까운 점은 사망자의 85%가 5세 이하 어린이라는 것.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풍제약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16번째 국내 신약으로 인정했다. 10년을 훌쩍 넘겨버린 말라리아 극복 프로젝트가 종착지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신약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이 회사 신창식 고문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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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이 파트너가 되기를 자청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비정부기구인 MMV와 WHO가 700억 원, 신풍제약이 70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이었다. 신풍제약은 생산설비와 공장을 세우고 연구개발 활동에 투자했다. 국내 12위인 중견 제약업체로서는 큰 모험을 한 셈이다.
당시 신 고문은 개발담당 상무였다. 40여 명으로 팀을 꾸렸다. 약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말라리아의 주발병지인 세네갈 말리 가나 부르키나파소 등 서부 아프리카 오지를 넘나들었다.
오가는 데만 꼬박 이틀 이상 걸렸다. 한국에서 출발해 유럽까지 11∼12시간, 현지 공항에서 3∼5시간 대기, 다시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6∼7시간, 공항에서 임상시험 병원까지 5∼11시간…. 한 달에 평균 1주일씩은 출장으로 보냈다. 평소 C형 간염을 앓던 터라 피곤함이 극에 달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들어야 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량은 그나마 편안한 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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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제약은 앞으로 연간 2억7000만 명분의 피라맥스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말라리아 치료제 시장의 30%를 점유하게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신 고문은 말했다.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는 복용방법도 복잡하고 최소한 일주일에서 보름은 복용해야 합니다. 반면 피라맥스는 하루에 한 번씩 3일만 복용하면 낫는 신약입니다. 돈요? 그보다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빨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