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야, 숏(short stop:유격수의 줄임말) 되겠나?”
KIA 조범현 감독은 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훈련중인 이범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네. 됩니다. 저 이래봬도 유격수 골든글러브 출신입니다.” 이범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조 감독을 향해 농담처럼 내뱉은 한 마디가 현실이 될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이날 한화 소속이던 2004년 9월 19일 문학 SK전 이후 처음으로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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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다. 유격수 이현곤도 등 쪽에 담이 들려 선발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3루를 제외한 모든 주전 내야수들이 빠져나간 셈이다. 고육지책으로 유격수 자리에 이범호, 2루수에 홍재호, 3루수에 박기남을 배치한 조 감독은 “6명 가지고 야구해야 할 판”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범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포지션이 유격수였던 2004년 최다실책(30개)의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유격수로 나갈 줄 몰랐다. 3루수에 비해 움직임이 많고 구장도 인조잔디가 아니라 천연잔디라서 불규칙바운드가 어떨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적어도 수비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1회 1사 1·3루, 2회 1사 1루, 6회 무사 1루에서 무려 병살 3개를 완성시켰다. 부상병동으로 시름하는 조 감독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준 호수비였다.
잠실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