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동아광장/이광형]개방형 기술이 이긴다

입력 | 2011-07-27 03:00:00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세계는 지금 스마트폰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이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휴대전화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뒤늦게 구글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안드로이드폰이 나와서 애플에 맞서고 있다. 애플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사상 최대의 매출 실적과 이익으로 승승장구 거침이 없어 보인다. 당사자들은 생사의 문제이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펼쳐지는 기술 대전이 볼만한 구경거리다.

전구를 발명하여 세상을 밝혀준 에디슨은 1000여 개의 발명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어 발명왕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에디슨도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대한 집착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전기다. 교류는 음극과 양극이 교대로 바뀌는 반면 직류는 바뀌지 않고 일정하다. 에디슨은 직류 신봉자였다. 그러나 에디슨 밑에서 일하던 테슬러가 반기를 들었다. 직류는 교류보다 송전할 때 손실이 많다는 이유였다. 기술적으로 당연한 주장이었다. 에디슨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교류의 나쁜 점을 강조하고, 심지어 사형수가 교류에 감전되어 죽는 모습을 보여주며 고집을 피웠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술적인 판단을 했고 결국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수 기술이 시장 勝者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기술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몇 년 전까지 사용하던 비디오테이프는 VHS 방식이다. 비디오 화면 재생에 관한 기술의 원조는 일본의 소니였다. 소니는 베타(Beta)라는 방식을 개발했다. 빅터라는 회사가 VHS 방식을 개발했다. 소니의 베타 방식은 소형이고 화면이 선명하여 기술적으로 우수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베타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소니를 제외한 많은 회사가 연합하여 VHS 방식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보급하자 VHS 방식이 표준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이동통신사업을 검토하던 1990년대의 일이다. 이동통신은 미국과 유럽의 독무대였다. CDMA(동기식) 기술과 TCDMA(비동기식) 기술이 있었다. CDMA는 신호를 암호화하여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TCDMA는 시간을 분할하여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CDMA 기술은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적이 없는 기술이었다. 기술자, 사업자, 정부의 거센 논쟁 끝에 CDMA 방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한국은 CDMA 기술로 국내 시장에서 경험을 쌓아 세계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시장의 80%가 TCDMA 계열의 GSM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대부분 GSM을 사용하고 있다.

1980년대는 소형컴퓨터 시장에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계열의 PC와 애플의 매킨토시가 싸우고 있었다. 매킨토시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사용자 편의성이 좋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개 프로그램 정책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PC를 선택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술전쟁 중에 대체에너지 기술의 싸움도 볼만하다. 원자력을 비롯하여 태양광에너지,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바이오매스, 풍력, 조력 등이 경쟁하고 있다. 가히 대체에너지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그 분야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다는 믿음으로 정열을 쏟고 있다. 다만 최종 결판은 어떻게 날지 아무도 모른다.

전기자동차 기술에서도 싸움은 치열하다. 기존의 전기자동차는 필요한 배터리를 차에 싣고 다니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에 반해 무선충전 방식은 도로에 매설된 전기선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다. KAIST에서 개발하여 최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한 기술이다. 초기에는 기술성으로 싸우더니 이제는 사업성을 가지고 논쟁하고 있다.

스마트폰, 구글이 애플보다 유리

또 하나의 볼만한 전쟁은 입체 TV 기술 전쟁이다. 삼성(SG 방식)과 LG(FPR 방식)가 3차원(3D) TV 방식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서로 자신들의 우수성을 주장하다가 이제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있다. 에디슨과 테슬러의 갈등이 떠오를 정도다.

기술논쟁의 역사를 보면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기술논쟁은 지극히 과학적인 일이지만 매우 비과학적으로 논쟁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술이 우수하다고 해 반드시 승자(勝者)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떤 기술이 이기는가. 역사는 말해준다. “우수 기술이 이긴다. 하지만 개방형 기술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세계대전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싸움에서 구글의 승리를 점친다. 이유는 구글이 개방정책을 쓰기 때문이다. 기술에서도 개방하면 흥하고 막으면 망하는 경향이 있다.

이광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미래산업 석좌교수 khl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