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하며 차별 경험” 65.6%… 동남아 유학생들도 한국에 등돌려
최근 유엔은 ‘세계인구 전망’에서 2100년 한국의 총인구는 3722만 명으로 현재보다 23%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1.22명) 때문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선진국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젊은 외국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뿌리 깊은 차별의식으로 능력 있는 외국인 유학생마저 한국에 등을 돌리면서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만 늘어날 뿐 젊은 고급인력 유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장벽 높은 외국 고급인력 유치
외국의 고급인력을 이민자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이 늘어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외국 고급인력 채용은 잠시 한국을 거쳐 가는 임원급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영주권 대상자를 확대해도 고액투자자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 고급인력 가운데 영주권자는 100명도 채 안 된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생소하고 자녀교육 등 거주 여건이 외국보다 떨어지는 점 등이 한국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 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이민정책
문제는 한국으로의 이민 가능성이 높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계 유학생마저 한국을 등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 전반에 퍼진 이들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영주권자 9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구직활동을 하며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65.6%, 승진 등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도 44%에 이른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 국가들과 비교한 국내 영주권자들의 사회통합지수는 노동시장 접근성 분야에서 29개국 중 12위를 기록하고도 차별시정 정책분야에서 최하위권(27위)을 벗어나지 못해 전체 사회통합지수는 21위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에는 외국인 인재 유치를 지원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변변한 이민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일부 부처에서 이민 정책을 세우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민청 설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을 막기 위해선 해외 고급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 장기적인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