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경기장 밖, 야구선수에게 최대의 적은?

입력 | 2011-07-24 10:32:19


예전에 미국의 한 방송에서 자동차 운전 잘하는 법을 놓고 카레이서와 경호차량 운전자 등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잘하는 운전의 첫째 조건은 '안전벨트를 잘 매고', '교통 규칙을 준수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 다음으로는 핸들링 기술을 강조했다. 이들은 유연한 핸들링은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핸들링 기술은 개개인의 인지와 운동 능력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필자가 아는 스포츠인들 중에는 핸들링 기술이 뛰어나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축구 꿈나무들을 키워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축구인 K씨. 필자는 그가 프로축구 코치를 할 때 잘 알고 지냈는데, 과학적인 축구 분석가로 이름이 높았던 그도 한 가지 악습이 있었다.

그것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침착하던 그가 자동차 핸들만 잡으면 스피드 광으로 돌변해 차를 무서운 속도로 운전 하는 것이었다.

그가 모는 차를 한번이라도 타 본 사람들은 안전벨트를 매고도 엄청난 스피드에 놀라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고 있느라 손에 땀이 죽죽 흘렀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랬던 그도 주위에서 큰 사고를 여러 번 목격한 뒤로는 악습을 완전히 버리고 조심스럽게 방어운전을 하는 '거북이족'으로 변신했다.

여러 종목의 스포츠인들 중에서 뜻밖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종목이 있으니, 바로 야구다.

1982년 세계아마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정수(KIA의 김정수 투수코치와는 동명이인)를 비롯해 김대현 강준기 김용운 김경표 박정혁 박동희 등이 '윤화(輪禍)'로 스러져간 야구 스타들이다.

투수 겸 타자로 MBC에서 활약했던 김정수는 1986년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고, 해태 투수였던 김대현은 1988년 심야에 휴게소로 진입하다 앞에 서 있던 화물트럭을 들이박는 사고로 숨졌다.

고(故) 김경표 선수의 신일고 시절 모습(왼쪽) , 고(故) 박동희 선수의 삼성 시절 모습. 동아일보DB


MBC에서 활약했던 김경표는 버스와 정면 출동하는 사고로, 고교 시절 박찬호와 함께 공주고 핵심 멤버였던 강준기와 MBC와 롯데에서 활약했던 포수 출신 김용운도 각각 2003년과 2005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2007년에는 롯데와 삼성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박동희가 부산에서 버스 승강장을 들이박는 사고로 고인이 됐다.

이런 사망 사고 뿐 만 아니라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야구에만 유독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야구인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은 차를 운전하는 일이 타 종목 선수들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프로야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 운동선수들은 시즌이나 훈련 중에는 승용차를 직접 몰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홈경기가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 경기가 끝난 뒤 승용차를 직접 몰고 집으로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를 치르고 지친 상태에서 심야에 차를 몰아야 하다보니, 사고를 당할 확률도 커지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넥센의 내야수 조중근이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조중근은 사고 직후 의식을 잃었고. 안면부 세 곳과 양쪽 무릎 타박상을 당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났다.

야구인들의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어이없는 사고로 사라진 야구스타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디 야구 선수뿐일까. 운전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주, 그리고 장시간 차를 몰아야 하는 운전자들은 축구인 K씨처럼 매사에 조심하는 '방어 운전족'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