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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지금]中 난리쳐도… 오바마 또 달라이라마 만났다

입력 | 2011-07-18 03:00:00


미국 워싱턴 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달라이 라마(왼쪽)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백악관 제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달라이 라마는 ‘카라차크’라는 대중 불교 의식을 열기 위해 5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었다. 둘의 만남은 달라이 라마의 워싱턴 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오전 44분간 이뤄졌다. 지난해 2월 18일 만난 이후 17개월 만이었다.

백악관은 15일 오후에야 회동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 등을 통해 “외국 정부나 정치인들이 달라이 라마의 ‘분리주의 작태’를 거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 정부에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말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회동 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와 티베트인 고유의 종교, 문화, 언어 전통의 유지에 강한 지지를 보냈으며 중국의 티베트인 인권보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의식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대변인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대통령은 미중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중국과 티베트 간의 미해결 이견 해소를 위한 직접적인 대화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회동 장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가 아닌 사적인 공간인 관저의 맵룸이었다. 백악관은 언론에 회동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회동 뒤 두 사람의 회동 장면이 담긴 사진만 공개했다.

중국은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이날 즉각 외교부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이번 만남이 양국 관계를 훼손했다고 성토했다. 마 대변인은 “중국 내정에 대한 엄중한 간섭으로 중국인의 감정을 해치고 중-미 관계를 손상시켰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렬한 분개와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추이톈카이(崔天凱) 부부장도 주베이징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 항의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도 미국 측에 엄중 항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중국 정부의 반발은 지난해 2월 회동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에도 마 대변인은 ‘엄중’ ‘강렬한 불만’ ‘결연한 반대’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 성명을 낸 바 있으며 주중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10월엔 워싱턴을 방문했던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았다. 방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중국 인권상황을 도외시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이 뒤따랐다. 지난해 2월 회동 때는 회동을 마친 달라이 라마가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추운 날씨에 백악관 옆문 쓰레기 더미가 쌓인 길을 걸어 나가는 것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인권운동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언론은 이번 회동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지난 두 번의 달라이 라마 워싱턴 방문 때 소홀했던 대접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그동안 한국 방문 의사도 수차례 밝혔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한국 정부가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 무산됐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티베트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은 이번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행보는 적지 않은 것을 시사해준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