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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들 “남조선이 또 올림픽? 탈북바람 불것”

입력 | 2011-07-09 03:00:00

北 88올림픽때도 충격 전례… 주민들에 평창개최 보도안해




강원 평창군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남측 일각에선 ‘공동선수단을 구성하자’ ‘북측 지역과 분산 개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8일까지 평창 선정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북한 당국은 이를 전하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북한에도 이 소식이 퍼질 것으로 보인다. 방한 중인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도 “북한이 이 소식을 주민들에게 언급하지 않거나 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소식은 북한에 적지 않은 충격이자 악몽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기억 때문이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 소식을 전해들은 북한 양강도 주민의 반응을 전했다.

주민 A 씨는 “정말인가. 남조선이 또 올림픽을 하느냐”며 “우리는 아직 먹는 문제도 해결 못해 기어가고 있는데, 남조선은 아예 달리기를 하고 있구나”라고 한탄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A 씨는 “국가에서 남조선 동계올림픽에 대해 뭐라 떠들지 궁금하다”며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게 되면 또 한 번 도강(탈북) 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서울 올림픽 때 찬물을 끼얹으려 이듬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축제인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평양에 유치했다. 하지만 이미 경제적으로 기울고 있던 북한에 청년축전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방대한 규모의 체육시설을 건설하는 데 열을 올렸고 광복거리, 통일거리 평양 정비에 나섰다. 주민들은 대대적인 대중 노력동원에 내몰렸다.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당시 북한은 아프리카 빈국의 부랑아 청년까지 거액을 들여 체육선수랍시고 평양에 데려와 엄청난 호사를 시켜줬다”며 “서울 올림픽에 맞서려는 과잉 출혈로 내리막길이던 북한 경제는 결국 1990년대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울 올림픽은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남한에 대해선 ‘미국의 식민지’ ‘명동의 거지떼’ 등을 떠올리던 북한 주민들은 ‘올림픽 개최국 남조선’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게 됐고, 이는 북한 체제의 급격한 이완과 탈북자들의 행렬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