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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영 군기사고’ 해병대로 强軍 되겠나

입력 | 2011-07-05 03:00:00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해안 소초 생활관(내무반)에서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부사관 등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김 상병은 생활관을 나온 뒤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을 기도했으나 부상에 그쳤다. 젊은 군인들이 왜 동료와 상급자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사라지지 않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6년 전인 2005년 6월 19일에도 경기 연천의 최전방 소초에서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김모 일병이 소초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8명이 희생됐다. 김 일병은 상급자들로부터 언어폭력을 자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지휘관들은 병영 내 악습과 불합리한 관행, 신상관리 미흡, 근무규정 미준수 등을 사건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군은 ‘새로운 병영문화 조성’을 다짐했지만 또 유사한 사건이 재발했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상급자의 학대 같은 병영 내 악습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군생활 부적응 때문인지, 무기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해병대에는 강군(强軍)의 전통이 있다. 내부에서 총기 살해사건이 발생하는 해병대를 강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병 모 부대에서 상급자의 기수를 못 외운다는 이유로 후임병을 마구 때리거나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피해 사병은 행정관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이렇다 할 조치도 없이 더 심한 폭행을 당했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해병대의 아름다운 전통이랄 수 없다. 그런 악습을 덮어두는 게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는 길도 아니다.

연천 총기난사 사건의 직접 원인은 허술한 총기관리로 꼽혔다. 총기는 평소 총기보관함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뒀다가 병사들이 경계근무나 수색정찰을 나설 때 지휘관의 승인을 얻은 총기관리자가 내주는 게 원칙이지만 잠금장치가 따로 없어 누구라도 총을 꺼내갈 수 있었다. 해병부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병사도 상황실에 있던 소총과 탄약을 훔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전 소초에 대한 총기 관리실태를 꼼꼼히 실사(實査)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