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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가 놀랐다… 한국 젊은 성악가-연주가 5명 차이콥스키 콩쿠르 석권

입력 | 2011-07-02 03:00:00


한국 젊은 연주가 5명이 ‘모스크바의 별’로 떴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폐막한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의 차세대 음악가들이 성악 부문 남녀 동반 1위, 피아노 부문 2, 3위, 바이올린부문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 역사상 한국인 최다 수상 기록이다.

성악 부문에서는 남자 부문 베이스 박종민 씨(25·독일 함부르크극장 솔리스트)와 여자 부문 소프라노 서선영 씨(27·독일 뒤셀도르프 슈만국립음대)가 동반 우승했다. 1990년 1위를 차지했던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후 21년 만에 우승자가 나온 데다 남녀 동반 우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두 사람 모두 한예종 출신으로 최 교수를 사사했다.

박 씨는 인문계 고교 2년 때 성악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라스칼라극장 아카데미를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독일 함부르크극장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스페인 빌바오 국제성악콩쿠르, 2009년 스텔라마리스 국제콩쿠르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2명에게 모두 (1위를)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음악을 펼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여자 부문 1위인 서 씨는 창원 KBS어린이합창단에 들어가면서 노래와 인연을 맺었고 인문계 중고교를 거쳐 2009년 한예종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이후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국립음대에서 수학한 뒤 2009년 독일 뮌헨 ARD 라디오방송 국제콩쿠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 정상급 성악콩쿠르인 바르셀로나 비얀사 국제콩쿠르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비얀사 콩쿠르가 더 권위 있는 대회여서 ‘이번에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이 더 컸다. 힘들 때 (조)성진이가 나눠준 홍삼을 먹은 것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 씨(25·독일 하노버음대 재학)가 2위, 조성진 군(17·서울예고 2년)이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러시아의 다니엘 트리포노프 씨가 수상했다.

손 씨는 세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한예종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김대진, 아리 바르디 교수를 사사했다. 1997년 러시아 청소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2위, 1999년 미국 오벌린 국제콩쿠르 1위, 독일 에틀링겐 국제피아노 콩쿠르 1위, 2009년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2위에 올랐고 2004년 로린 마젤 지휘의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그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콩쿠르를 하는 동안 스스로 많이 성장한 느낌이 들어 만족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3위에 오른 조 군은 여섯 살 때 피아노에 입문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았고 신수정 박숙련 교수를 사사했다. 2008년 러시아 쇼팽 주니어 콩쿠르 1위,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콩쿠르에서 1위와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해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을 빛낼 100인’에 최연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이지혜 씨(25·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버토리 재학)가 3위에 입상했다. 이 씨는 한예종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김남윤, 미리암 프리드 교수를 사사했다.

국내 음악계는 “한국 연주가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 수 없게 됐다”며 젊은 연주가들이 전해온 낭보를 반겼다. 최현수 교수는 “이번 결과는 국내 클래식계가 세대교체 됐음을 보여준다, 실력 있는 학생들에게 많은 교육과 공연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이 없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열음 씨를 가르친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국제콩쿠르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승 이후”라면서 “한국 대중가요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기까지는 가수 개인의 기량뿐 아니라 무대를 만드는 기획과 홍보력의 덕이 컸다. 클래식에서도 우수한 젊은 연주가들이 국제무대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차이콥스키 콩쿠르 ::

냉전시대 공산주의권의 문화적 자존심의 상징으로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설됐다.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4년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남녀성악 부문을 동시 개최한다. 1974년 정명훈 예술감독이 미국 국적으로 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1994년 백혜선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가 한국 국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