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이북전선에선 선혈 뿌리고 있다 무슨 마음으로 술잔 들어 환호할 것이냐대한민국 위기 날카로운 눈매로 살펴보라”
6·25전쟁 61년을 하루 앞둔 24일 전쟁 중에 졸업식을 가졌던 한 대학 학장의 졸업식 훈사(訓辭)가 세상에 공개돼 그날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3월 21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성균관대 임시 교사에서는 이 대학 ‘제3회 졸업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창립자이자 당시 학장이었던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사진)은 비통한 표정으로 훈사를 낭독했다. 선생은 “부산 한 모퉁이의 쓸쓸한 임시 교사에서 구차한 졸업식을 치르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역행하는 현실이 빚어낸 한 토막임을 그 누군들 통탄하지 않겠는가”라며 “저 적색 제국주의자 소련의 주구인 북한괴뢰 반역군대를 하루라도 빨리 박멸하고 남북을 통일해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은 또 제자들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가를 날카로운 눈매로 살펴보라”며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부여한 의무와 사명은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며, 죽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일제강점기 교육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심산은 1946년 9월 성균관대 창립 이후 이 대학 초대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항일운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26세 때인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 5적’을 처단하라는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가 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