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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孔子曰 爲此詩者는…

입력 | 2011-06-09 03:00:00


맹자는 군주가 仁政(인정·어진 정치)을 베풀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어진 이가 지위에 있고 재능 있는 자가 직책에 있어서, 국가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미쳐서 정치와 형벌을 밝힌다면 비록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그 군주와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고서 ‘시경’ ‘치효(치효·수리부엉이)’편의 ‘태天之未陰雨(태천지미음우)하여 徹彼桑土(철피상두)하여 綢繆유戶(주무유호)면 今此下民(금차하민)이 或敢侮予(혹감모여)아’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이어서 공자가 그 시구에 대해 풀이한 말을 언급해서 정치의 道를 강조했다.

孔子曰 이하 공자의 말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다. 교정청 언해본을 편찬한 학자들이나 신하들에게 경전에 관한 질문을 낸 정조는 誰敢侮之까지를 모두 공자의 말로 보았다. 단, 일설에 의하면 공자의 말은 ‘爲此詩者는 其知道乎인저’까지이고, 그 이하는 맹자가 부연한 말이라고 한다.

爲此詩의 爲는 지을 作과 같다. 此詩는 앞에 나온 ‘치효’편을 가리킨다. 其知道乎는 ‘아마도 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추정하는 말이다. ‘其∼乎’는 추정의 뜻을 나타내는 어법이다. 道는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가리킨다. 能治其國家는 ‘군주가 국가를 제대로 다스린다면’의 뜻으로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誰敢侮之는 ‘누가 감히 그 군주를 모욕하겠는가’인데, 아무도 감히 그 군주를 모욕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反語法의 표현이다.

‘치효’편을 과연 주나라 周公이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시는 군주에게 경고하는 뜻이 매우 강하여 역대 지식인들이 군주에게 정책을 건의할 때 즐겨 인용했다. 곧 이 시의 작가는 새가 둥지를 치밀하게 함을 비유로 삼아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때도 혹 닥쳐올지 모르는 患亂(환란)을 豫防(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정조의 질문에 답한 신하가 말했듯이, 아무리 예방을 해도 뜻밖의 환란이나 비방이 이르러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성심으로 綢繆유戶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이치를 모르는 지도층 인사가 있다면 그를 두고 어찌 道를 안다고 하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