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실용기타]왼손포수가 없는 이유 경제학자는 알고 있다

입력 | 2011-06-04 03:00:00

◇괴짜 야구 경제학/J C 브래드버리 지음·정우영 옮김/380쪽·1만5000원·한스미디어
◇야구의 심리학/마이크 스태들러 지음·배도희 옮김/360쪽·1만4000원·지식채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전문가를 자처한다. 특정 상황에서 감독이 구사해야 하는 작전은 무엇인지, 투수는 어떤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어떤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임해야 하는지 누구나 한마디씩 거든다. 그래서 경기에 관한 웬만한 이론이나 속설은 다 안다고들 생각하지만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계속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는 경기가 야구다.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야구는 어떤 스포츠일까. 야구의 속설을 심리학적으로 고찰하면 어떤 결론에 이를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책 두 권이 나왔다.

‘괴짜 야구 경제학’은 프로야구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경제학적인 도구로 분석한다. 예를 들면 ‘왼손 포수는 왜 멸종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저자가 보기에 굳이 왼손 포수를 쓰지 않아야 할 이유는 찾기 힘들었다. 왼손 포수의 단점으로 얘기하는 3루 도루 저지율에 있어서도 오른손 포수와 의미 있는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검토 끝에 ‘포수를 할 만큼 어깨가 좋은 왼손 유망주는 투수로 키우는 편이 낫기 때문’이라는 ‘경제적인’ 결론을 이끌어 낸다.

대기 타석에 서 있는 타자는 타석에 있는 선수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다. 저자는 ‘외부성’이라는 경제학 용어로 이를 설명한다. 누군가의 행동이 제3자에게 끼치는 여파의 대가 혹은 이익을 가리키는 용어다. 대기 타석에 잘 치는 타자가 있을 때 투수는 타석의 좋은 타자를 거르는 피칭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타석에 있는 타자는 치기 좋은 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한편 ‘야구의 심리학’은 심리학의 렌즈로 야구를 바라본 책이다. ‘타자는 어떻게 153km로 날아오는 공을 칠 수 있을까’ ‘라이징 패스트볼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같은 궁금증을 심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풀이했다.

라이징 패스트볼, 즉 타자 앞에서 솟아오르는 투구에 대한 설명을 보자. 저자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는 중력과 바람의 저항 같은 물리적 힘과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라이징 패스트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물리학자들의 견해를 우선 제시한다. 타자의 눈은 투구의 일부를 놓칠 수밖에 없다. 우리 두뇌는 일부 정보를 놓치게 되면 최선의 추측으로 모자라는 정보를 채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타자가 공이 플레이트에 들어오는 순간 솟아오르는 것을 봤다면 그건 실제가 아니라 타자의 정신작용 안에서 그렇게 본 것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야구를 가르쳐주면, 당신에게 상대성이론을 가르쳐주겠소. 아니, 우리 그러지 맙시다. 당신이 상대성이론을 깨치는 것이 내가 야구를 깨치는 것보다 빠를 겁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야구의 세계는 심오하다는 뜻이다. 이 두 책은 그처럼 심오한 야구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