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4년차에 접어든 정부의 마지막 경제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후보자는 야구의 마무리 투수와 같다. 가장 긴박한 승부처에서 등판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승리를 확정짓는 것이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다. 좋은 마무리 투수는 위기를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는 승부구, 그리고 냉철하면서도 저돌적인 면모가 필요하다.
청문회라는 시험등판에 나선 박 후보자는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남겼다. 먼저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온기가 서민에게 전달되지 않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정면 돌파를 택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치며 쌓은 전문성으로 시간대별로 공공요금을 차등 부과해 요금 인상요인을 해소하면서 물가도 안정시키겠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점도 돋보였다. 특히 고용부 장관을 지내 일자리 창출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첫 시험대는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물가다. 연초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요인으로 상승했던 물가는 개인서비스, 가공식품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성장에 맞춰 운영되던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어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돌적인 면모에서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거센 포퓰리즘 파고(波高)를 막아내야 하는 것도 경제팀 수장인 박 후보자의 몫이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무상복지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 부는 감세 철회와 대학기부금 세액공제 등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답해 불씨를 남겨뒀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몸을 던져 기꺼이 가시밭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신뢰로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문병기 경제부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