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과학벨트 거점’ 대전 대덕 확정]2위와 10점 이상 차이에 ‘만장일치’… 예산 몰아주기엔 우려

입력 | 2011-05-17 03:00:00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거점지구로 대전(신동·둔곡 지구)이 선정되면서 치열했던 유치 경쟁은 일단락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전 대덕단지가 다른 후보지역보다 정성적, 정량적 평가 모두에서 월등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점지구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은 여전히 과학벨트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대전 대덕단지 10점차 이상으로 1위

교과부는 16일 브리핑에서 입지선정 과정을 공개하고 “대전이 75.01점으로 2위 대구와는 10점 이상 점수차가 벌어져 과학벨트위원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53개 시군 가운데 1차로 선정된 후보지 10곳은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청원 구미 천안 포항 창원 울산이었다. 이는 연구기반, 산업기반, 정주환경, 접근성 등 평가지표에 따라 정량평가를 진행한 결과다. 교과부는 이들 10개 지역에 대해 입지평가위원회 위원들의 정성평가 결과를 합산해 상위 5개 지역을 추렸다.

김상주 입지평가위원장은 16일 “1차 평가와 위원 평가를 50 대 50 비율로 합산한 결과 대전 신동지구와 둔곡지구를 합친 지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대전에 이어 대구(테크노폴리스지구) 광주(첨단 3지구) 포항(융합기술지구) 부산(동남권 원자력 산단지구·장안택지지구) 순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기능지구는 거점지구 후보 용지에서 반경 40km 이내 시군으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전 인근의 청원(오송·오창), 연기(세종시), 천안으로 결정됐다.

공식 발표 며칠 전부터 대전 확정설이 불거지면서 사전에 대전으로 결정해 놓고 과학벨트위원회는 ‘들러리’를 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주호 장관은 “교과부와 과학벨트위원회는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결정해 왔다”면서 “사전에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지역 균형 발전을 넘어서 한국이 글로벌한 과학적 이슈를 선도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미래에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라며 “17일 대통령의 KAIST 방문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연합캠퍼스는 지역 연구 거점 역할

동아일보는 지난달 7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전을 중심으로 대구-광주등 3개 지역에 연구기능이 나눠져 실질적인 ‘삼각벨트’가 될 것이라고 단독보도했다.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과학기술 특화 대학을 연합캠퍼스로 지정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과부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왕성한 신진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과학기술 특화 대학을 활용하면 우수 연구원에 교수직을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치대학의 대학원생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연구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연합캠퍼스’ 개념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벤치마킹한 데서 나온 것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을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막스플랑크연구소처럼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관계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과 비슷한 규모의 연구실 4∼8개가 모인 연구소 76개로 구성됐다”면서 “이런 연구소가 독일 전역에 2, 3개씩 배치돼 지역별 연구 거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예산 집행 현실성 있나

늘어난 예산 1조7000억 원이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기초과학 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을 반기면서도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증액분 전체가 과학벨트에 투입되면 결과적으로 다른 기초과학 연구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벨트에 참여하지 않는 연구자들이 훨씬 많지 않겠느냐”면서 “과학벨트 때문에 많은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사업 후반기인 2014∼2017년에 무려 3조9700억 원의 재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정권이 바뀌는 등의 변동에도 이 예산 계획이 살아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