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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대호]스마트 열풍,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입력 | 2011-05-17 03:00:00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5월은 방송통신과 정보기술(IT)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리는 달이다. 올해도 국제방송통신콘퍼런스, 방송통신장관 회의 및 월드IT쇼, 디지털케이블TV쇼, 부산콘텐츠 마켓 등이 열린다. 예전에는 이런 행사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부산, 대구, 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열려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그 많은 행사의 주제가 올해는 하나로 수렴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스마트 빅뱅, 스마트 모바일, 스마트 케이블 등 모두 ‘스마트’를 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행사가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을 앞세우고 이들 다양한 기기에서 영화, 드라마, 뉴스 등 동영상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탈(脫)통신, 탈방송을 주창하는 것도 같다. 컨버전스 시대이고, 스마트 미디어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다양하고 화려한 스마트 시대에 정작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과 서비스, 비즈니스의 미래를 논하기 바쁘다. 지금 이러한 스마트 열풍 속에서 사람이 뒷전인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금융 전산망이 잇따라 해킹당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스마트 뱅킹, 스마트 트레이딩으로 언제 어디서나 금융과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다던 편리함이 한순간에 가장 위험스러운 일로 돌변했다. 위치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던 서비스는 수많은 개인정보를 송두리째 수집해온 사실을 숨겨왔다. 그뿐만 아니라 정작 디지털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년층에 스마트 미디어는 스마트하지 않고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런 현실은 모두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기술과 서비스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까닭이다. 이제는 그러한 사고가 한계에 도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 미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 못지않게 스마트 몹(Mob·대중)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스마트 몹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스마트 미디어와 기기들을 사회적 신뢰를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 사회적 신뢰는 선진사회 진입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그것은 사이버 공간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예방, 식의약품 안전 등 국민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부정확한 정보 유통, 개인정보 유통, 정보시스템 해킹 등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또한 지역이나 계층, 세대 간 정보 불균형도 정보 활용 능력이나 소통과 참여 기회의 불평등으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 미디어가 오히려 그러한 문제점을 노출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하고, 이제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방송에서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의 징후이다. 과거의 시청자가 만들어진 방송을 그저 보고 느끼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시청자는 적극 참여하고 사회적 소통을 늘려간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소통이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되어 비인간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스마트 시대의 책임이다. 스마트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감성, 다원성 등 새로운 소통의 가치와 개방적 소통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잠재력을 구현하여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기술, 편리, 속도 중심으로 사고했던 스마트 패러다임을 이제는 스마트 몹으로 한 단계 진전시켜야 한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다시 사람 중심, 즉 인본을 생각해야 할 때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