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태관 KAIST 생명과학부 교수의 유고(遺稿) 논문이 유명 학술지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논문은 3월 초 게재 승인이 떨어져 박 교수는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가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순형 교수, 화학과 이해신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것은 홍합의 족사(足絲) 구조를 모방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 제조 기술이다. 이 내용은 독일에서 발행되는 재료분야 유명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일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박 교수는 이 논문의 교신저자(연구 책임자)로 참여했다.
홍합은 족사라는 실 같은 생체조직을 뻗어 바위나 선박에 달라붙어 있다. 족사는 태풍이 몰아쳐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콜라겐 섬유와 카테콜아민이라는 성분이 그물 모양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의 산업화는 이제 시작인데 응용분야가 굉장히 많다"면서 "박 교수와 함께 연구할 수 있었으면 했는데 불의의 일을 당하셔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KAIST교수로 재직한 박 교수는 올해 1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 지난해 '한국고분자학술상', 2009년에는 미국 생체재료학회로부터 '클렘슨상' 등을 수상해 바이오 재료 분야 세계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았다. 박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비 유용 혐의로 검찰고발 방침을 통보 받고 54세의 나이에 지난달 10일 대전에 있는 자택에서 자살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기자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