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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달인’ 제약사, 화장품 사업 굴욕

입력 | 2011-05-11 03:00:00

유통망-노하우 부족… 고가제품 차별화도 실패
음료시장 선전… ‘비타500’ ‘미에로화이바’ 히트




2008년 경남제약은 대표상품 ‘레모나’의 이름을 딴 화장품과 기능성 화장품 ‘블랑씨’를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비타민 C를 얼굴에 직접 바른다’는 개념으로 소개됐다.

경남제약은 당시 홈쇼핑 판매까지 두 차례 시도하며 매출 올리기에 나섰다. 약국은 물론 편의점과 쇼핑몰로 판매처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경남제약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지 6개월 만에 화장품 판매를 접었다. 판매가 저조해 더는 화장품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던 것. 경남제약 측은 “제약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도 3년 전 야심 차게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항산화 성분을 가진 코엔자임 큐텐 펩과 스킨케어 선블록 등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제품은 비타민 기능성 화장품인 ‘바비씨’ 단 1개뿐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당시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유통망과 노하우가 부족해 축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역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화장품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전체 매출액의 1% 수준이다.

화장품이 고전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약사가 내놓은 화장품의 가격은 6만∼7만 원 선. 값이 꽤 비싼 편이라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려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남제약, 일동제약이 선보인 ‘바르는 비타민C’ 개념만 해도 기존 화장품 회사들이 표방하던 전략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의 화장품 판매는 ‘스킨푸드’나 ‘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숍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망을 뚫기도 쉽지 않다. ‘영업의 달인’ 제약회사 직원들도 화장품 시장만은 제대로 뚫지 못했다.

반면 음료 제품은 제약사들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광동옥수수수염차’가 대표적이다. 이 두 제품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한다. 현대약품의 ‘미에로화이바’도 전체 매출액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력제품이다.

광동제약 차주엽 과장은 “광동제약이 쌍화탕 같은 ‘마시는 한방음료’를 이미 판매하고 있었던 터라 다른 음료로 사업을 확장했을 때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덜했다”며 “제품의 가격대도 1000원 남짓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웰빙 열풍’까지 타면서 상승세를 누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회사들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음료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추세가 된 만큼 사업다각화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